장롱면허도 꺼내게 만든 학원라이딩
운전면허는 이미 20대 초반에 땄었다. 그땐 차를 살생각은 없었지만 그저 당연히 언젠가 운전을 하겠지 하며 따놓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차를 살 마음이 크게 생기지 않았다. 집이 경기도였는데 회사는 서울강남쪽이니 주차공간도 없고 다니기에는 대중교통이 더 편리한 점이 많았다. 결혼하고 한동안 잠시 운전을 하다가 조금 익숙해질 무렵 임신을 했는데 하필 입덧 때문에 멀미가 너무 나서 그 길로 또 운전을 놔버리고 결국 장롱면허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작년 초.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갑자기 생겼다. 딸아이가 다니던 학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새로운 학원은 버스가 없어서 아이를 직접 데려다줘 야했다. 그런데 거리가 걷기에 가까운 편은 아니라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걱정이었다. 재작년 즉 24년도 여름에 나는 몸이 아직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거기다 그해여름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기온이 40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말 나가기만 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진이 쭉쭉 빠질 지경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걸어서 아이를 여기저기 학원에 데려다 주니 내가 먼저 죽을 지경이었다. 양산을 써도 너무 뜨겁고 손선풍기 바람도 뜨듯한데 땀은 또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서 잠깐만 나갔다 와도 머리가 싹 다 젖을 만큼 더위에 시달렸다. 예전에는 그 정도로 더위를 타진 않았던 것 같은데 먹는 약 때문인지 몸 회복이 덜되어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정말 너무 힘들었다. 아무튼 고생이 심했는데 버스로 다니던 학원마저 걸어서 데려다줄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어떠 방법이든지 여름이 되기 전에 얼른 내놔야 했다.
처음엔 운전연수만 받아볼까 했는데 우리 차는 덩치가 좀 큰 SUV라 운전해서 다닐 엄두가 안 났다. 운전은 그렇다 쳐도 주차는 어떻게 하지. 그렇게 고민고민하다 결국 중고경차를 하나구매해서 한 달 바짝 운전연수를 받고 아이의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는 일사천리로 차구매와 운전연수까지 진행을 했다. 작은 경차를 빠르게 하나 구매했는데 차가 작으니 겁도 좀덜나고 깜깜하기만 했던 주차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침에 딸을 학교에 보내고 운전연수 1~2 시간 받고 오후에 걸어서 학원을 데려다주는 강행군을 몇 주간 한이 후 드디어 아이를 태우고 처음 학원으로 향하던 날. 차로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30분이나 걸렸지만 주차까지 무사히 성공했다.
운전을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이렇게 얼렁뚱땅 갑자기 다시 시작했지만 꼬마차 덕분에 작년여름 지독한 무더위에도 땀 좀 덜 흘리고 다니니 정말 살 것 같았다.
나는 원래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몸이 안 좋지 않았다면 당연하게 걸어 다녔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운전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아팠던 탓이 큰데 뭐 좋은 점이라고 하면 좋은 점이 되겠다. 참 뭐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또 한 번 생각한다. 아무튼 운전을 다시 하게 된 덕분에 아이가 아플 때 차에 태워서 빠르게 병원에 가고, 엄마 쇼핑가 실 때 가끔 데려다 드리기도 하고, 저녁외식하러 딸아이 태우고 남편 마중도 가고 소소하게 운전의 편리함을 느껴본 작년이었다. 올해도 꼬마차와 함께 잘 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