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미단짝
딸기요정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두 번째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여름방학은 3주 정도로 짧아서 뭐 하는 것도 없이 훅 지나가지만 겨울방학은 다르다. 자그마치 2개월을 꽉 채운 기나긴 시간이라 미리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자칫 종일 헛되고 지루하고 화가 나는 두 달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방학 전에 철저히 준비했다. 전부터 찜해놨던 줄넘기 특강에 등록해서 오전에도 딸기요정이 집을 잠시 비워 내가 숨 쉴 타임을 마련해 놓고 평소에 과학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방학을 기회삼아 실컷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과학실험 세트도 한 보따리 구매해 놓고 요즘 부쩍 위인들과 한국사에 관심이 생긴 딸기요정이라 이때다 싶어서 이미 중학생이 된 사촌언니오빠들의 책장을 털어 어린이용 한국사와 위인 전집도 한가득 준비했다.
드디어 방학이 시작되고 한 달.
우리의 루틴은 아직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아침에 수학공부를 같이하고 학원을 한 바퀴 한 후 학원숙제를 끝내고 독서타임과 과학실험타임.
오늘의 할 일이 모두 끝나면 함께 티브이시청타임까지. 이제 곧 3학년이 될 딸기요정인데 방학도 몇 번 보내봤다고 제법 알차고 촘촘히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사뭇 기특하다. 나의 극대노를 자주 부르던 엄마표 수학공부시간도 요즘은 세상 평화롭고, 특히 보고 싶다던 책을 구해다 놓으니 너무 재밌게 하루에도 여러권씩 읽어서 책 읽으라는 잔소리조차 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화 속에서도 끝없는 나의 고민. 그것은 바로 하루 세끼. 자고 일어나면 돌아오는 끼니걱정. 오늘은 뭘 먹나. 저녁엔 또 뭐를 해주나. 방학이 아닐 때는 아침에 김밥, 주먹밥처럼 간단한 걸 먹여 보내고 나면 저녁만 해주면 되니 그나마 메뉴고민도 덜하고 노동력도 크게 안 들어갔는데 방학에는 챙겨야 하는 게 세끼가 되니 뭘 먹일지 고민은 두 배가 되고, 만들고 치우는 노동력까지 엄청 들어가게 되니 너무 힘이 든다. 학교에서 먹여주는 한 끼가 참으로 큰 거였구나 새삼 깨닫는다. 물론 고민한 게 무색하게 맨날 그게 그거인 반찬들을 돌려 막기 하면서 버티는 중이지만 어쩐지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지겹거나 버겁지는 않다. 어릴 때는 일방적으로 돌보기만 했다면 지금은 제법 얘기도 통하고 취미도 통해서 함께 있는 시간이 재미가 있다. 신기한 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딸에게 보여줬을 때 너무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나는 해리포터의 오래된 팬으로 20여 년 전에 사서 수없이 읽었던 해리포터시리즈를 딸기요정에게 보여줬더니 바로 엄청난 팬이 되었다. 내가 오랜 시간 간직한 책을 딸이 읽는 모습은 뭔가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아무튼 묘한 느낌이었다. 그 덕에 우리는 밤마다 해리포터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잠들곤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내가 예전에 아주 재밌게 보던 시리즈 셜록을 다시 보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딸기요정이 같이 보고는 완전 팬이 되었다. 셜록이 자기 이상형이라면서 너무 멋있다고 하는데 어찌나 웃기는지. 아무튼 10살 딸과 통하는 게 많아져서 대화도 재밌고 같이 셜록을 보는 시간도 즐겁다.
벌써 방학이 시작된 지 한 달. 수학문제집도 한 권 끝냈고, 위인전집도 절반은 읽었고 이래저래 방학도 절반은 지나갔으니 남은 절반도 지치지 않고 잘 달려봐야지. 아마도 이런 딸과의 시간도 언젠가는 너무나 그리울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지금을 충분히 행복하게 보내야겠다. 남은 방학도 딸기요정과 파이팅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