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이 나에게 미친 영향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노산이라 불리기 시작하는 만 35세에 딸기요정을 낳았다. 다들 결혼도 늦게 하고 아기도 늦게 낳는 추세라 하니 사실 크게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조급해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아기를 낳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정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달리 엄연히 노산이라는 딱지가 붙고 보니 해야 하는 검사도 많고 거기다 늘 뭔가 위험부담이 있는 것처럼 겁을 주니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갈 때면 너무 긴장돼서 전날 잠이 안 오고 건강검진을 하면 늘 저혈압이었는데 임신 후에는 병원만 가면 혈압이 그렇게 치솟았다.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임신과 동시에 급격히 컨디션은 떨어졌다.
거기다 나는 10여 년 넘게 IT개발에 종사하며 좋지 않은 자세로 일을 해서인지 거북목은 심각했고 허리도 많이 망가진 상태였는데 그걸 임신과 출산에 연결 짓지는 못했다. 내가 지금도 후회하는 게 늘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는 거다. 그게 내 허리를 망가트리고 골반을 틀어놨던 거 같다. 그렇지만 그때는 심각하다고 생각은 안 했었다
거기다 난 내 건강에 좀 무심해서 병원도 잘 가지 않고 아파도 약이나 하나 먹고 누구에게 말도 잘하지 않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는데 그때도 그저 막연히 임신 때문에 아픈 거니 애 낳으면 괜찮겠지 했다. 아마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서 더 자신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생 각과는 달리 허리통증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이미 다리까지 통증이 뻗쳤을 정도로 허리가 나빠지고 있었는데 그저 임신 때문이려니 애만 낳으면 괜찮아지려니 생각했었다. 참 무던하다고 해야 할지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그저 꾹 참고 얼른 딸기요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임신을 하고는 왼쪽으로 눕는 게 좋다고 해서 허리가 끊어질 거 같고 통증 때문에 잠도 설칠정도인데도 자세를 바꾸면 큰일이 날 거 같고 아기가 힘들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서 바꾸질 못했다.
그렇게 꾹꾹 참기만 하다가 결국 허리에 관한 어떤 치료나 처치도 하지 않고 너무도 당연한 듯 제왕절개도 아닌 아이 면역에 좋다고 찬양해 마지않는 자연분만으로 딸기요정을 낳았다. 지금생각하면 진짜 아찔하다. 이미 아작 난 허리로 진통을 8시간 넘게 하고 애를 낳다니. 결국 그날 내 허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지 싶다.
어찌 되었든 간에 딸기요정은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나도 회복하기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조리원에서도 내가 살아야 아기도 본다는 생각에 교육이니 뭐니 다 무시하고 무조건 쉬고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밤수유콜도 거절하며 그저 내한몸 컨디션 찾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아기가 백일이 다되어가는데도 허리는 괜찮아지질 않았다.
허리통증은 사라지기는커녕 급기야 똑바로 걸을 수도 없었고 허리를 굽혔다가 아기를 안는 간단한 동작도 식은땀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기저귀 하나 갈려고 이를 악물어야 하다니. 진짜 하루하루 고통이었다.
그렇게 아픈데도 미련하게 아기가 백일이 될 때까지 꾸역꾸역 참고 또 참다가 정말 회복이 전혀 되지 않자 그때야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해보니
내 허리는 이미 디스크가 아주 심각 상태였고 의사는 쉬어야 하고 무거운 걸 들면 안 되고 아기를 안으면 안 된다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처방이었다. 당장 하루 종일 돌봐야 하는 백일 된 아기가 있는데 어떻게 안 움직이고 허리를 숙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게 뒤늦게 친정엄마에게 아기를 맡기고 병원을 다니며 충격파를 때려 맞고 물리치료도 받다가 또 용하다는 한의원 가서 침도 맞고 비싼 한약도 지어먹으며 회복해 보겠다고 애를 썼지만 근본적으로 쉴 수가 없으니 낫지를 않았다.
오히려 육아와 통증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시간이 몇 달에서 몇 년으로 한없이 길어짐에 따라 나비효과처럼 내 건강이 크게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찔하고 빡셌던(?) 나의 육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