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끈끈한 육아동지

남편은 밤수유 담당

by 혀나

딸기요정이 태어나고 처음에는 낮이든 밤이든 오롯이 혼자 아기를 봤다. 난 마침 그때 일을 쉬고 있었고 남편은 회사로 출근을 하니 집에 있는 내가 아기를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신생아를 혼자 돌본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하나 보는 게 뭐 그리 어렵냐 할 수도 있지만 회사는 퇴근이라도 있지 신생아 육아는 퇴근이 없다. 그저 24시간 상시대기다.


그나마 젊고 쌩쌩한 엄마였다면 좀 나았을까. 나는 노산을 찍고 애를 낳은 데다 원래 체력도 좋지 않고 거기다 허리디스크로 골병이 든 상태였기 때문에 밥 먹을 틈도 없이 동동거리며 서툰 손으로 아기를 먹이고 재우는걸 끝없이 반복하는 게 낮에도 너무나 힘들었지만 밤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우리 딸기요정은 소위 뱃고래가 작은 아기였다. 하루에 12번씩 분유를 먹었는데 그 기간이 꽤 오래갔다. 잘 먹는 아기들은 점점 수유텀이 길어지는 시점에도 딸기요정은 끈질기게 적은 양을 자주 먹었다. 그러니 밤에도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해야 했었고 한번 깨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 같은 예민한 잠버릇의 소유자는 그냥 날밤을 새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백일 가까이 잠을 못 자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사람이 한계에 왔는지 어느 날 남편이 저녁 늦게 들어왔는데 내가 거실에 앉아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혼자 통곡을 하고 있는 애엄마라니. 보는 사람이 식겁했을 것 같다. 아무튼 정신이 나갈 것 같았던 내 모습에 깜짝 놀란 남편은 그 길로 나를 아기가 없는 작은 방으로 들여보내고 밤수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때까지 육아의 육자도 모르고 육아지분율 5%도 안되던 남편이 육아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먼저 내가 아기를 보다가 새벽 1시쯤 작은방으로 가서 잠들면 그 이후에 남편이 거실에서 자면서 아기가 깨면 수유하기를 반복하다가 출근 전에 나와 바통터치를 했다.


다행히 딸기요정은 안방의 아기침대에서 혼자 잘잤기때문에 교대하며 보는 게 가능했고 남편은 잠에서 깨도 금방 다시 잠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새벽수유도 견딜 수 있었다.


남편은 그렇게 밤수유 담당이 되면서 평소에 겁을 내고 엄두도 못 내던 아기 목욕도 도전하고 외출할 땐 허리 아픈 나 대신 아기띠를 전담해서 했었다. 특히 난이도 최상인 낮잠 재우기도 그네에 앉혀 흔들기와 유아차 태워서 돌아다니기 스킬로 정복해 나갔다. 그렇게 조금씩 육아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나갔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특히 친정 식구들까지 애를 네가 봐야지 출근하는 남편한테 보게 하냐고 난리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럼 집에 있으면 잠한숨 못 자도 된다는 건가. 애 잘 때 어떻게 쉬냐고요. 할 일이 산더미인데. 그리고 엄마는 한 몸 갈아 넣어야 되고 아빠는 거저 돼도 된다는 건가. 도대체 이해가 안 되고 짜증만 났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남편은 오히려 자기가 아빠이니 당연히 해야 한다며 나에게 생색 한번 안 내고 본인의 일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자기 몫을 해줬다. 그래서 시늉만 하는 아기아빠가 아니라 진짜로 아기를 키우고 돌본 아빠로 거듭났다.


그래서 지금도 9살이 된 딸기요정에게 가끔 아기딸기요정이 새벽에 깨도 크게 울지 않고 엥~엥~ 작게 울었다며 생생한 육아 체험담을 얘기해 주곤 한다.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아기딸기요정의 모습일 거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하나뿐인 딸의 육아는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사랑스러웠던 시간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날 통곡하던 나를 아무 말 안 하고 방으로 들여보내 쉬게 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아직도 나에게는 남아있다. 그런데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내가 힘들어 보여서도 있었지만 그날 나를 들어가서 자라고 하지 않으면 자기가 곧 쫓겨날 것 같은 위기감이 몰려왔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날의 통곡에는 안쓰러움보다는 분노가 더 많이 느껴졌었나 보다.


어찌 되었든 사랑스러운 아기 딸기요정은 엄마아빠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랐고 안쓰러워서든 무서워서든 우리는 서로 도우며 끈끈한 육아동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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