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암신호라고?
나름 젊다고 할 수 있는 만 39세에 암에 걸리고 보니 그때 나타났던 징후가 몇 가지 있었지만 사실 너무 소소했다. 개인적인 경험이라 같은 병이라고 동일한 증상이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징후들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1. 저세상 피로
나는 만 35세에 딸을 낳고 망가진 허리 때문에 오랜 시간 고생을 했다. 밤잠을 설친 지 오래였고 아기가 15개월일 때 일도 다시 시작해서 워킹맘으로 종종거리는 생활 중이었기에 피곤한 게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나타난 피곤은 이건 말이 좀 안 되는데 싶은 피곤이었다. 실컷 자도 나름 푹 쉬어도 피곤이 사라지질 않았다. 정말 저세상 피곤이었다. 평소에 비타민 정도의 영양제도 안 먹었는데 나 스스로 피로에 좋은 약을 찾아먹어 가며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이것은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피로가 평소와는 다르다 느껴지면 한 번쯤 건강이상을 돌아보셔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2. 원인을 알 수 없는 열
어느 날 새벽에 갑자기 열이 올랐다. 무슨 일인지 겁이 나서 응급실에 갔는데 원인이 안 나왔다. 뭐라고 하면서 약도 주고 했는데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그냥 열이 내려서 별일 아니겠지 하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성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날 때는 큰 병이 몸에 있을 수도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보고 그때는 지나쳤던 사소한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3. 체중감소
그때는 코로나 시절이라 도시락을 자주 들고 다녔는데 다이어트 겸 샐러드를 자주 먹었었다. 그래도 참 살이 안 빠지더니 어느 순간 샐러드를 먹는 것도 아닌데 살이 5kg 정도 빠졌다. 당연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이어트효과가 지금 오는 건가 하면서 신이 났다. 참 어이없게도 그게 암의 징후였었나보다. 다이어트 안 하는데 살이 빠진다면 한 번쯤 의심을 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4. 얼굴색의 변화
내가 아팠지만 아픈 줄 몰랐던 그 시절. 회사 동료들에게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인다, 피곤해 보인다 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난 피곤한 상태였으니 당연히 피곤한 얼굴이겠지 했었다. 그리고 매일 보는 내 얼굴이라 변화를 잘 몰랐던 것도 같다. 그런데 지금 그때의 사진을 보면 얼굴이 흙빛이다. 나중에는 손도 흙빛손으로 변했는데 이것 또한 큰 병을 암시하는 징후였던 것 같다.
5. 귀지의 변화
이것도 나중에 우연히 기사에서 유방암일 때 젖은 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걸 읽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픈 걸 몰랐을 때 귀지를 파고는 왜 이렇게 끈적거려 이런 생각을 스쳐가며 했었기 때문이다. 그냥 샤워하면서 물이 들어갔나 했는데 이것도 암의 징후였다니. 정말 그때는 전혀 몰랐다.
6. 과도한 화와 짜증
몸이 안 좋기 시작하니 그렇게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내가 출퇴근을 할 때 타던 버스가 배차간격이 극악이던 광역버스인데 도착시간도 들쑥날쑥해서 애를 너무 먹었다. 그럴 때마다 화가 어찌나 나는지 진짜 단전에서 올라오는 극한 화와 그 상황이 너무너무 짜증 나서 미칠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서울시내를 도는 버스가 운행 중에 시간을 맞추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한 거고 버스를 놓치면 그냥 돌아가도 지하철을 타면 되는데 왜 그렇게 화내고 짜증을 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것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니 그랬지 싶다.
이렇게 증상들을 쭉 늘어놔봤지만 이 정도인데 이런 증상들로 암이라는 병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사소한 증상들이지만 평소와 다르다 느낌을 받는다면 한 번쯤 건강을 체크해 보는 건 꼭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