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1일 차-골든 드래건 호텔
2025-08-28
드디어 출발이다.
새해부터 준비했던 원정이었다.
뭐 특별한 개인 훈련을 했던 건 아니지만 주말 등반을 빠지지 않겠다는 다짐은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키르기스스탄 원정을 간다는데 나는 별다른 기대나 떨림이 출발 며칠 전까지도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요즘을 살고 있어서 더욱 그럴지도.
좋겠다고 말하는 지인에게 사실 나는 아무 생각 없다고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멍하게 지냈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겨우 짐을 다 꾸렸으니 할 말 다 한 셈.
쭈욱 진열해놓고 보니 그제야 가나보다 싶어진다.
꼭 필요하거나 남에게 도움이 될 물건이 아니면 넣지 말아라.
본인이 다 짊어질 수 있으면 챙기고 아니면 내려놔라.
원정 짐을 싸는 내내 태옥 씨가 내게 주문했던 사항이다.
맞는 말인데 혹시나 하는 조바심에 이것도 필요한데 하는 미련이 계속 들어 이것저것 집어넣었다.
공통 카고백 무게가 초과하지 않도록 꽤 신경을 썼지만.
그조차도 갔다 와서 보니 생각보다 짐을 더 줄일 수 있었음을 알았다.
키르기스스탄은 건조한 기후라 여건만 맞으면 빨래를 할 수 있어서 옷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혹시나 다음 원정 기회가 된다면 옷은 줄이자!
기록해 둔다.
각설하고 저녁 6시 50분 비행기라 하루가 제법 여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아침 일찍 이비인후과를 들러 감기약을 처방받아 왔다.
이게 뭐라고 며칠 전에 잠시 유서라도 써야 하나 홀로 법석을 떨려다 에이 하면서 내려놓았다.
얼굴이라도 보면 좋을 텐데 하는 사람들은 아쉬운 대로 영상통화로 대신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상승할 때 중압감이 싫어 떨리는 몸과 마음을 진영언니에게 배운 요가 호흡법으로 다스려본다.
건너편 자리에 태옥 씨가 웃기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만 보셔'
혜초여행사에서 예약해 둔 비행기 좌석은 선발대 5명 모두 복도 자리였다.
그나마도 비행기가 평일이라 그런지 승객이 적어 여유롭다.
이러다 직항노선 사라지는 건 아닌가 했는데 본대 비행기는 사람이 많았다니 기우인 걸로.
세 시간 시차가 있는 키르기스스탄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각 밤 11시경.
한국 시각 새벽 2시.
몹시 졸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사에서 미리 주문해 둔 기내식을 먹는다.
조미료 팍팍인지 불고기가 입에 착 감긴다.
졸려도 다 먹어둔다.
검색대를 간단하게 통과하여 개찰구를 나온다.
멀리 혜초여행사 팻말을 보니 한눈에 우리 가이드가 누군지 알겠다.
택시 기사들의 호객 행위를 지나쳐 가이드에게 곧장 걸어간다.
이름 : Baktilek
바크트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다.
원래 이름은 더 길다고 했는데 다음에 알아둬야지 하며 준비해 둔 밴에 올라탔다.
늦은 밤 키르기스스탄은 선선하다.
국제공항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낮이라면 공항 주변을 살짝 기웃거려 봤을 텐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서둘러 차에 오른다.
숙소는 비슈케크에 있는 고려인이 운영한다는 5성급 호텔 '골든 드래건'
5성급 호텔을 가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키르기스스탄의 5성급은 이런가.
화장실이 불편하다는 의현 형님의 말씀대로 뭔가 어색한 화장실.
매연 때문인지 매캐한 냄새에 영길, 기혁 형님이 배정받은 숙소의 문이 열자마자 떨어지는 상황이.
다행히 발 빠르게 가이드가 움직여 다른 방으로 교체를 받을 수 있었다.
석봉형님은 8층으로 배정받아 독방을 쓰기로 한다.
시간이 꽤 늦어 오늘은 바로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