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에서...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본적이 없어 모른채 지나친 기억들이 너무 오래 내 안에 머물러 있었나보다.
누군가 툭 하고 건넸던 그 한마디를 듣고난 후부터
갇혀있던 설움이 온통 내 마음을 휘젓고 있는 요즘.
불암산을 걸었다.
걷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깊게 가라앉아 있었을까?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겨우 몸을 일으키고는
멍하니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왜 그걸 혼자 다해?"
(바보같이)
서러움이 반짝거린다면 저런 빛깔이리라.
유난히 볕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그 날,
햇살이 온통 날카로운 가시처럼 마음에 박혔다.
내 안에 가득한 차가운 바람과는 다른 세상의 따뜻함 그 한가운데를 걷고있으려니 점점 더 무너지는 기분이 들킬새라 초록을 목소리 높여 좋아했다.
버티는 삶이었나보다.
그래서
실컷 울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 봄
잎들은 푸르렀고
햇살은 눈부셨으며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나도 따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