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달 무슨 달
구름을 지나온 반달이 유난히 훤하게 느껴지는 밤.
엄마와 참 오랜만에 둘만의 산책을 한다.
예전엔 이 길을 나보다 더 먼저 앞서 걸었는데...
이제는 몇 걸음을 걷다 말고 어디든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옛날엔 다리 아픈 줄도 몰랐는디 왜 글지?"
오른쪽 다리를 문지르며 걷다가 큰 소리로 말한다.
'......'
산책길 중간에 있는 중학교를 지나가는 동안 난간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온갖 먼지를 다 닦으며 힘들게 걸어온다.
내 뒷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작은 키에 짧은 다리로 늘 종종 걸으며 나보다 앞장서 걸었던 엄마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내게 이 풍경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엄마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 걸까?
보폭을 맞춰가며 함께 걸어야지 하다가도 엄마는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 일쑤다.
멀리서 작은 점이 움직인다.
나를 향해 갖은 힘을 내어 걸어오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무너진다.
점점 소멸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지 지나가는 이 시간들이 문득 겁이 난다.
겨우 내게 이르면 나를 보자마자 "가자." 하고는 걸음을 재촉한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을 보고 엄마에게 큰 소리로 달을 말하며 하늘을 가리켰다.
엄마는 하늘을 보지도 않은 채 반달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알았지? 지금 반달이 뜬걸?
마음에 달력이 있는 건가?
혼자 신기해하며 엄마를 바라보니 걸음을 멈추고는 엄마가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엄마는 어디서 이 노래를 들었을까?
어릴 적 스쳐 지나며 들었을 이 노래를 엄마는 아직도 가끔 부른다.
예전엔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엄마가 배울 기회가 있었다면 노래를 잘했겠네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어쩐지 이 동요가 더 구슬프게 들린다.
이 노래 가사를 여전히 기억하고 부르는 엄마를 바라본다.
어릴 적 엄마의 모습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내 마음을 알리 없는 엄마는 달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무담시 목구멍이 콱 막혀오는 나는 그저 다시 걸었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엄마 그 노래 어디서 들었어?
그땐 어땠어?
이런 자잘한 말들이 엄마에게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