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아내가 차려준 계란말이, 소시지구이, 김치찌개, 밥을 함께 먹고 나면 내 차례가 온다. 수세미에 주방세제를 묻힌 다음 물에 풀어 설거지를 시작한다. 밥이 질었어서 그런가 밥그릇에 밥풀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열심히 닦아보았지만 닦이지 않았다. 요즘은 힘으로 안되면 힘이 부족하지 않은 지 의심해 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힘을 주어 닦아 보았지만 전완근에 자극만 올뿐 밥풀은 닦이지 않았다. 물에 담가 불려놓았더니 저녁 설거지를 할 때쯤엔 따로 닦지 않았는데도 그릇 아래쪽에 밥풀이 모여있었다.
고집스럽고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본인 생각만이 정답인 줄 아는 사람들에게 무언갈 설득시키고자 하면 그들은 듣지 않는다. 그들의 머리는 이미 굳을 때로 굳어 그곳에 타인의 의견, 제안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걷다 대고 계속 말해봤자 말하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성질이나 그릇에 기스 나듯 상처 입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 조금은 말랑해지지 않을까...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끝까지 곁에 있어주면서 그들을 이해하다 보면 그들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애초에 밥풀이 굳지 않게 깨끗하게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마디 할 순 있겠지만, 다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걸 이제 와서 어떡하겠나... 밥그릇을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시간을 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