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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by 기면민

산책하며 올려다본 하늘, 흰색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저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부러워하며 그들처럼 자유롭게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대망의 출국 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공항셔틀버스 타러 가는 길,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춤추는 캐리어를 제어하느라 팔이 아파왔다. 체크인하는 줄에 서 있느라 다리가 아파왔고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줄에선 누군가 방귀를 뀌어 고통스러웠다. 비행기가 뜨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온몸이 찌뿌둥했다. 내리고 싶었지만 남은 비행시간은 앞으로 영화 세 편은 봐도 될 정도로 넉넉히 남았다. 고통에 자연스레 이리저리 몸부림치게 될 때쯤 문득, 산책길에 올려다보며 부러워했던 비행기 안에서도 누군가는 고통스러웠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이 생기고 난 후, 누군가의 피드에 잘 사는 모습이 올라온 것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없다면 그건 분명 거짓일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누군가가 뽐내려고 특정 순간을 연출한 것뿐이라고 되새겨도 어떤 이유로든 마음 한편에 멍이 드는 것만 같은 느낌을 떨쳐내기 힘들 때가 있었을 테다. 그때마다 비행기 내부를 떠올려보는 게 어떨까. 세상만사 대부분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물론 일등석은 다르다. 그들은 전용 체크인, 전용 출입구가 따로 있으며 전용 라운지 그리고 무엇보다 기내환경이 쾌적해 시작부터 끝까지 불편하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하지만 말이다. 2024년 말을 시작으로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탑승객 모두가 사망한 사건이 벌써 2건이나 발생했다. 재난 상황에서 일등석, 이코노미석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언젠가 일등석을 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주어진 곳에서 비교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고, 남일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본인이 설정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충분히 남부럽지 않은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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