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게 나와 최근 들어 많이 걷는다. 비 예보가 있어 집을 나서며 우산을 챙긴다.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되니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해 쥐고 있던 우산을 펼친다.
6년 전 배낭여행에서의 일화다. 한 나라에선 사람들이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았다. 조금 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폭우가 쏟아져도 후드만 뒤집어쓸 뿐 우산을 펴지 않았다. 나도 덩달아 우산을 쓰지 않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사람이 폭우 속에 우산 없이 수천 보를 걸어도 멀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걱정을 안고 산다. 대출걱정, 결혼문제, 육아고민,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걱정이 없으래야 없을 수 없다. 우리는 날이 조금만 흐려도 비 예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우산부터 챙기며, 한 방울만 떨어져도 우산을 펼친다. 외국인이 보면 의아해하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가 비에 홀딱 젖어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걸 아니까...
비 오는 날 우산이 있다면 일단 쓰자. 없다면 그냥 한번 부딪혀 보는 게 어떨까... 남들 다 쓰고 있는데 나만 안 쓴다고 창피해하지 말고 당당히 걸어보는 거다. 장담컨대 가벼운 감기가 찾아올 순 있어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산 쓴 사람들보다 일찍 도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