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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by 기면민

집 앞 오피스텔 뒷골목엔 15평 남짓한 조그마한 빵집이 있다. 배민 리뷰가 많은 것도 아니고, 큰 길가에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일부러 숨겨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지만 갈 때마다 손님이 한 테이블 이상 있고, 피크타임엔 손님들로 바글바글에다가, 배달기사님들이 픽업하려 줄 서며, 오후 3시 정도면 빵이 다 나가 문이 닫혀있거나 열려있더라도 몇 개 남아있지 않다. 사장이 불친절한 건 아니지만 친절과는 다소 거리가 멀고 가끔 주문을 다르게 받는 등, 어리숙하지만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로 높아진 빵에 대한 기준을 충족시킨 빵집은 이 집이 유일하다.


이 빵집은 부부가 운영하는데 부부가 프랑스에 다녀온 뒤로 빵에 감명받아 가게를 시작했다고 한다. 재료도 프랑스 밀가루에 프랑스 버터만 쓰니 이러한 요건들이 모여 이런 압도적인 맛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남자 사장은 커피 전문가라 커피마저 맛있다. 리뷰이벤트로 유도한 5점짜리 리뷰들, 온라인 광고, 유튜브 협찬으로 도배돼 겉만 번지르르한 음식점들과는 확연히 다른 듯하다.


2025년 4월 4일 탄핵 이후 곧 대선이 있을 예정이다. 속속 후보들과 공약들이 나오고 있지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지역 발전을 말하면서 세종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민생을 말하면서 일자리 구조 개선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 미래를 말하면서 출산율 개선 방안이나 연금 개혁 얘기가 없다. 대한민국 K-문화, 중요하지만 잘하고 있다. 이미 잘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더 잘하겠다 말하는 것은 플라스틱 컵에 종이컵을 끼우는 것과 다름없다.


당장 리뷰수가 적으면 어떻고 당장 별점이 낮으면 또 어떤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테리어 이쁜 가맹점은 오픈할 때나 손님이 많지 5년 뒤엔 폐업수순인 반면, 진정한 맛집은 사장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게를 닫지 않는 이상 10년이고 20년이고 30년이고 그 자리를 지킨다. 숨겨진 골목 빵집에도 손님들이 가득한 것 보면 요즘 사람들은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는 능력이 뛰어난 듯하다. 좌우정당을 떠나서 이제는 정치인들이 겉포장이 아닌 내용물로 승부를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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