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종종 짜증 날 때가 있다. 조리도구 설거지할 생각에 한 번, 주변에 기름이나 양념 튄 자국 닦아낼 생각에 한 번. 설상가상으로 식사 중에도 이것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우선순위를 따져보면 분명 식사라는 행위가 우선인데도 불구하고 후순위 행위에 집착하다 보니 한 끼 식사를 망친다.
사회에도 이런 경우가 만연한 듯하다. 최근 삼성전자 경영방식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자주 보인다. 한번은 파운드리의 P발음과 F발음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한글 명칭 ‘파운드리’를 사용하지 말고 영문 명칭 ‘Foundry’를 사용하라는 사내 메일이 전 직원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P든 F든 제품 성능을 개선해 여러 곳에 팔아먹는 것이 기업의 본질일 텐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예전에 일했던 호텔업계에도, 현재 몸담고 있는 공직에도 서류 작업이 최우선시될 정도로 본질이 매우 흐려졌다.
물론 뒷정리는 중요하다. 제때 하지 않으면 조리도구, 식기, 먹을 공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다. 뒷정리도 중요한 행위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정리에 정신 팔려 식사를 망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식사를 잘해야 뒷정리도 힘차게 할 수 있다. 먹을 땐 먹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