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목록을 늘려가는 과정

by 김영남
IMG_2445.heic 소음 데시벨을 줄여주면서 대화는 가능하게 하는 귀마개 루프 인게이지먼트2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목록을 점차 늘려가는 과정이다. 며칠 전, 내 귀에 관한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다. 소설 쓰기 합평 수업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아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소음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의사는 헤드폰으로 음악 듣는 것을 자제하라고 했다. 그렇게 '헤드폰 착용하지 않기', '큰소리 듣지 않기'라는 항목이 목록에 새로 등록되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형벌이 기다리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목록을

점차 늘려가는 과정이다.



두 달 전, 헬스장에서 하체 운동을 하다가 왼쪽 고관절에 통증이 생겼다. 마치 염증이라도 생긴 듯 아팠고, 다리를 벌리는 스트레칭 동작조차 어려웠다. 원래 고관절이 약한 편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은 예상 밖이었다. 운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약해지는 근력의 진행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최소한의 운동만 한 것인데... 결국 또 규칙이 추가되었다. "하체 운동 시 과도한 무게 싣지 않기" 그리고 "고관절을 위해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자주 일어나기."


고관절 때문이었을까. 2주 전, 상하이 여행에서는 왼쪽 무릎에 통증이 찾아왔다. 많이 걸어서 무리가 온 듯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조항을 더했다. "긴 시간 쉬지 않고 걷지 않기." 여행할 때는 카페에 들러 잠깐이라도 쉬어야 한다.


그래도 40대 초반까지는 격렬한 운동도 했다. 복싱을 하다가 어깨를 다친 것이 처음으로 목록을 작성한 계기였다. 그 후로도 여러 조항이 추가되었다. "겨울에 실내에만 있다가 계절성 우울증 걸리지 않기." "커피 하루 한 잔 이상 마시지 않기." "술은 주말에만 마시기." 등등...


한때, 실비 보험은 진열장 한구석에 처박힌 졸업장처럼 존재감 없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보험금 청구할 일이 종종 생긴다. 보험을 들어두길 잘했다는 생각과, 보험을 자주 청구하게 되는 현실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이렇게 계속 목록이 늘어나다 보면 2페이지, 3페이지를 넘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침대에만 누워 있게 되겠지.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문장이 추가될지도 모른다.


"숨 쉬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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