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못 쓰는 서평2.방구석 미술관3

미술에 사랑 필터를 씌우면 생기는 일

by 일상여행자 나래

올해 4월 대전에서 열린 고흐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고흐를 처음 접하는 이도 감동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된 전시였습니다. 전시 서문과 작품 설명을 따라 읽다 보면, 기획자가 고흐와 그의 작품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졌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후 고흐의 편지 선집인 <싱싱한 밀 이삭처럼>을 읽고 나니, 고흐와 그의 작품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감동을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방구석 미술관 3> 한 권으로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예술가는 누구일까요?

각각 두 개의 힌트를 드릴 게요. 감으로 맞혀보세요.

1.초현실주의의 대명사, 브레이크 없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2.미국 현대미술의 전설, 전설의 망나니

3.팝아트의 황제, 노골적인 복제 머신


혹시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단지 이 힌트만으로도 어떤 인물일지 대략 그려지지 않나요? 이 책의 저자 '미술관 앞 남자(일명: 미남)'는 예술가의 특징을 마치 브랜드처럼 개성 있게 요약합니다. 잭슨 폴록의 <벽화>에는 ‘고통의 산물’, 일용직 화가에서 전속 화가로 전환된 과정에는 ‘진격의 작업’이라는 제목을 붙이죠. ‘지워지지 않을 역사를 쓰게 됩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같은 문장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끝까지 끌고 가는 솜씨도 훌륭합니다. 그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신념처럼, 미술을 통쾌하게, 유쾌하게 무엇보다 사랑스럽게 설명합니다. 사랑의 필터를 거친 설명은 결국 읽는 사람에게도 애정을 전염시키니까요.


예술가의 삶=한 권의 책

우리는 한 명의 예술가를 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그저 표지만 보고 넘긴 적이 많습니다. <방구석 미술관3>는 그 ‘본문’을 읽게 해 줍니다. 미술가들의 삶과 철학, 세계관을 따라가며 지적·미적 탐험을 떠나는 기분, 직접 작품을 보고 큐레이션을 듣는 듯한 감동과 작가의 생생한 통찰이 함께합니다.


왜 이렇게 재밌지?

작가의 이야기 솜씨도 뛰어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현대 예술가 자체가 한 사람 한 사람 ‘예술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존 세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시대와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130점의 도판은 이들의 진화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장르로 따지자면 기존 미술계의 권위에 도전하는 예술가의 삶을 다룬 대하소설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가?’에 집중한 이 책은 그 자체로 굉장한 몰입감을 안겨줍니다.


취향의 확산, 이야기의 발견

아까 퀴즈의 정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1.살바도르 달리 2. 잭슨 폴록 3. 앤디 워홀

이 책은 그림을 먼저 감상하면서 자신이 무엇에 끌리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 피트 몬드리안과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 특히 마음이 갔습니다. 그 감각 덕분에 ‘나는 추상 미술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취향을 발견했어요.

달리와 워홀의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달리는 고전적 기법과 초현실주의를 접목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자기 확신으로 폭주하듯 작업했고, ‘셀럽 예술가 1호’가 되었죠. 거대한 부와 명예, 엄청난 작업량이라는 점에서는 달리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결이 다른 예술가가 바로 앤디 워홀입니다. 앤디 워홀은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라는 신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미 만들어진 일상의 흔한 것을 활용한 ‘비즈니스 아트의 CEO’라 할 수 있죠. 작업장의 이름도 '팩토리'입니다.

또한 잭슨 폴록은 유럽 중심이던 미술계가 미국으로 옮겨가던 흐름 속에서 ‘세상의 기운’을 타고 급부상합니다. 이 외에도 자코메티의 고독, 몬드리안의 이상주의, 로스코의 내면 등 여섯 명은 모두 독창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마무리하며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의 삶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또는 당신의 모험심을 자극하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펼쳐보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자의 전작 <삶은 예술로 빛난다>와 함께 읽는다면, 또 다른 힌트와 사색의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챗GPT는 절대 대답 못 할 책 퀴즈

-당신의 삶에서 가장 ‘작품 같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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