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음악이 슬퍼요” _ 감정으로 듣는 발레 수업

: 수업 속 분위기와 공기, 움직임이 음악에 스며드는 순간들

by 나래코드 NARECORD


수업이 끝난 뒤,

한 무용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오늘따라 음악이 슬퍼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저도 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음악은 참 정직한 존재예요.
건반 위에 손을 얹는 순간,

내 마음이 그대로 소리로 흘러나옵니다.
그날의 날씨, 아침에 읽은 문장,
수업 전에 스치듯 들었던 말 한마디—
그 모든 것들이

플리에의 화성에, 아다지오의 멜로디에 스며들어요.


발레 피아니스트로서 나는

늘 누군가의 움직임을 따라 연주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움직임에 감정을 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정확한 템포보다 더 중요한 건,
그날의 공기, 무용수의 호흡,

그리고 말없이 흐르는 분위기예요.


무용수가 바닥을 딛는 무게,

선생님의 목소리 톤,
누군가가 오늘따라 조금 차분하다는 사실까지—
그 모든 것이 음악 속에 들어옵니다.


어떤 날은 클래스 전체가 유난히 가볍게 느껴져요.
무용수들의 몸이 잘 풀린 날일 수도 있고,
선생님의 말투에 웃음이 섞인 날일 수도 있죠.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음악이 조금 더 경쾌해지고,
건반 위의 소리가 맑고 투명하게 흘러나옵니다.


반대로 어떤 날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져요.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무겁게.
무용수들의 발끝에 머뭇거림이 있고,
클래스 안의 공기가 유난히 조용하게 흐를 때—
음악도 자연스럽게 그 결을 따라가게 됩니다.
마치 음악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요.


그 감정은,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이 공간 전체가 만드는 것 같아요.
수업 중 음악이 갑자기 더 쓸쓸하게 들렸다면
아마도 그것은 오늘, 우리가 함께 느낀
작고 조용한 분위기의 흔적일 거예요.


나는 말보다는 음악으로 대화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가장 기쁩니다.

“선생님, 오늘 음악은 왜 그렇게 들렸어요?”

그 한마디는, 내가 느낀 공기와 분위기가 음악으로

해졌다는 뜻이니까요.


— 나래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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