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몸의 언어

몸의 언어: 고요히

by 나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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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화려하나,

사랑의 결국은 둘 중 하나다.


점차 자신다워지거나.

점차 자신을 파괴해 가거나.


전자의 관계는 서로를 치유하지만,

후자의 관계는 서서히 병들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사랑은 사람을 파괴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이 지닌 본래의 속성이 아니다.


나를 파괴하는 관계 속에서 고통받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혼자가 되기 두려운 거겠지.


/


그동안 우리는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나도 좀 사랑해달라는 것이다.


이 단순한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은 거의 없었지만

우리는 또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이 사랑이 또 나를 속일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


우리는 점차 고요히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홀로 요란하지 않게.

너의 마음과 속도를 맞추어 너를 헤아릴 여유가 있게.

네 속에 감춰져 있던 어린 자아를 내가 달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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