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은 화려하나,
사랑의 결국은 둘 중 하나다.
점차 자신다워지거나.
점차 자신을 파괴해 가거나.
전자의 관계는 서로를 치유하지만,
후자의 관계는 서서히 병들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사랑은 사람을 파괴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이 지닌 본래의 속성이 아니다.
나를 파괴하는 관계 속에서 고통받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혼자가 되기 두려운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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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는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나도 좀 사랑해달라는 것이다.
이 단순한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은 거의 없었지만
우리는 또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이 사랑이 또 나를 속일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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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차 고요히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홀로 요란하지 않게.
너의 마음과 속도를 맞추어 너를 헤아릴 여유가 있게.
네 속에 감춰져 있던 어린 자아를 내가 달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