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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Feb 18. 2019

미국 정치의 역동성

미국의 '핫'한 신인 정치인 AOC

Alexandria Ocasio-Cortez, 줄여서 AOC라 불리는 이 여인.

1989년생으로  우리나이로 올해 31세다.

10년간 뉴욕주 하원의원을 지낸 Joe Crowley를 민주당 경선에서 꺾으며 돌풍을 일으킨 뒤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돼 올해 1월 취임했다.  이로써 미 하원 최연소 의원이 되었다.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캐릭터다.


우선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 출신 부모를 둔 히스패닉이라는 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이면서도 미국이 아닌 듯한 땅이다.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3천 명 가까운 인명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만큼은 아니지 않냐'며 푸에르토리코 긴급지원에 매우 수동적 태도를 보인 건 푸에르토리코의 미국 내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울 예산이 부족해 푸에르토리코 긴급 구조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해 푸에르토리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중.  

이런 와중에, AOC는 스페인어 인터뷰를 거리낌 없이 하며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한편 다양성에 대한 어필을 끊임 없이 하고 있다.

(https://www.nbcnews.com/news/latino/what-more-can-we-take-puerto-ricans-outraged-trump-would-n957616)


DSA 출신 첫 의회 진출자가 되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점.

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는 미국 내 최대 사회주의자들의 단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럼프 당선 이후 가입자가 크게 늘어 2018년 9월 현재 전국에 약 5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AOC는 최근 Green New Deal(GND)로 크게 주목받기도 했는데, 이는 그녀가 DSA 출신임을 보여주는 행보다. Green New Deal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루즈벨트 시대의 New Deal과 같이 경제개혁 및 경기부양이 주요 목적인데, 여기에 기후변화, 양극화 문제를 접목해 경제에 국한되지 않은 경제사회적 개혁 프로젝트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GND’이라는 용어는 New York Times 칼럼니스트 Thoams Friedman이 처음 쓴 것이라는 건 Wikipedia를 통해 알게 됐다.

(https://www.nytimes.com/2007/01/19/opinion/19friedman.html)

언론 플레이에도 능해 보인다

중요한 건, AOC가(Ed Markey와 함께) 이번 회기에 GND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로써 2020년 민주당 대선에 뛰겠다는 사람들-Elizabeth Warren, Kirsten Gillibrand, Kamala Harris, Amy Clobuchar뿐만 아니라 곧 대선 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는 Bernie Sanders까지-은 다 이 법안에 찬성 뜻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심지어 공화당의 Mitch McConnell까지도 GND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로써 climate change 이슈에 대해 공화당과의 차별성을 잃은 민주당의 계산은 다소 복잡해진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도 낮아 보이나, 법안 자체의 생명력과 별개로  AOC 개인의 정국 주도력은 매우 돋보였다.  '핫'한 정치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AOC를 '차차기'쯤의 대통령이라 칭하는 이들이 벌써부터 생겼다.  미국법상 35세 이하가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Vox의 기사 타이틀

 

그래서일까?  나이든 정치인들의 반격이 벌써부터 시작된 모양이다.  비껴갈 수 없는 트럼프.  얼마전 연두교서에서 마치 AOC의 부상을 염두에 둔 듯 '미국 땅에서 사회주의는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고 이에 AOC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는 것조차 거부해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자리에서는 GND에 대해 "낙제점 받은 고등학교 리포트같은 소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는 은근 AOC의 부상을 질투하는 모양이다.  GND를 두고 "그걸 녹색 꿈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간에 그 정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GND가 구상 수준일 뿐 구체적 액션 플랜을 담은 법안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나, 자당의 신인 정치인의 대표 상품을 굳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깔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까마득한 후배 정치인의 치기어린 행동이라 생각했을 듯 싶다.  여하간, GND는 AOC의 몸값을 올리는 데 매우 유효했음은 자명해 보인다.


하원선거에서 소액 다수의 후원금을 조직한 것이나, 워싱턴 정치문법에 맞지 않는 일들을 벌이는 것이나, 이로써 젊은이들의 열광적 지지를 얻어내는 AOC의 행보를 보며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의 Bernie Sanders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AOC는 버니 샌더스 캠프에서 일했다!


국내 언론은 AOC의 급부상을 다루며 '워싱턴 인싸된 웨이트리스 출신 정치인'과 같은 말로 그녀를 수식하고 있다.  부유세 70% 주장이나 GND에 대한 이야기들도 본문에 전하고 있긴 하지만 히스패닉, 사회민주주의자 정치신인의 부상을 그저 흥미로운 하나의 현상으로만 보고 있는 게 아쉽다.  

당장 우리 정치의 현실을 돌아보자면, 서른에 국회 문턱을 밟은 여성이 등장할 날이 오긴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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