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여기.
누가누가 효녀일까를 겨루는 것도 아닌데,
나는 오늘 아침 일찍 꽃시장에 가서 꽃을 한아름 사들고 왔다. 1시간의 꽃 쇼핑과 1시간의 노동으로 선물용 꽃다발 하나와 큰 생수통 2개, 작음 음료수병 1개가 채워질만큼의 다발을 만들었다. 꽃다발을 엄니께 갖다 바치며 5만 원 짜리 꽃다발 같은 생색을 냈다.
얼마 전 아빠가 지나가며 말했던 인근에 생긴 뷔페 식당에도 갔다. 1인당 2만 원이 살짝 넘는 뷔페로, 점심값 치곤 백수에게 좀 비싸긴 하지만 어버이날을 그냥 넘기자니 마음이 찜찜했다. 그러나 예약 없이 간 게 잘못….1시간의 대기는 노노. 하여 갈비탕집에 가서 소소하게 고기를 뜯고 왔다.
밥을 먹으며 부산 이야기를 꺼냈다. 해운대에 새로 생기는 호텔이 있는데 오픈 전에 지인 초대 이벤트를 한다고 매니저로 간 선배 언니가 연락을 해왔더랬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부산 가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아빠 말이 계속 걸렸었는데 이 참에 가보자 했다.
노노노 하다가 결국엔 예스예스. 비싸서 싫다고 하다가 해주면 방긋. 환갑 넘은 부모님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간 나중에 서운하단 얘기 듣겠다 싶다. ‘있을 때 잘 해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클리쉐도 다시 한 번 새기는 나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희망컨대) 바빠지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