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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May 15. 2019

후진 정치

양정철의 무급노동 선언을 보며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던 사람의 기사가 눈에 띈다.

2020년 총선 승리를 위해 5월부터 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에 원장으로 출근한 양정철의 이야기다.


양정철의 첫 출근 풍경(copyright 연합뉴스)

기사(https://news.v.daum.net/v/20190514115501638)에 따르면 그의 1호 업무지시는 '월급 안받는다'라고 한다. 노동은 하되, 월급은 받지 않겠다는 것.

이에대해 기자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렇게 이유를 설명한다.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장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서라도 받아야 한다고 주변에서 권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확고했다"


이렇게 선언하면 '멋지다'고 해줄줄 알았을까? 

노동을 하는데 급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 집에 원래 돈이 많아서 돈을 받지 않아도 된다거나

# 일을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거나

# 그것도 아니면 어둠의 통로로 돈벌이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기자는 또 다른  당직자에게도 물었다.

"사소한 일로 오해를 사면 원장으로서 영(令)이 서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뜻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는 말로 월급을 거절한 것으로 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말처럼 미리 오해 소지를 차단하고,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을 한단다.


열과 성을 다해 노동력은 제공해도, 돈을 받으면 영이 서지 않고 기강을 잡을 수 없다는 논리는 어느 행성의 논리인지 알 수 없다. 무임금 노동을 하는 생활인을 보면 사람들은 으레 '밥 먹을 돈은 어디서 나는지' 궁금해하며 오히려 더 큰 오해를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신성한 노동에는 그에 합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합당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노동을 신성하게 생각하지 않는 날파리들이 정치권에 날아드는 것이다.  이래서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 '진보'를 자임하는 민주당이 개혁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후진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이른바 지도부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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