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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Jul 10. 2019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들(2)

대한민국의 성소수자

머릿수로는 대한민국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소수자성을 안고 사는 현실에서, 머릿수조차 많지 않은 진짜 소수자들의 설 자리는 비좁다.  갑과 을로 단순화된 세상에서 이들은 의문의 여지 없이 을 중에 을이다.  절대 을 이주자,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동성애자와 이웃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을 할 것인가?  

일부는 고민을 할테고 일부는 주저 없이 ‘노’라고 답할 것이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 의하면 2010년 조사에 응한 한국인 2,443명 가운데 79.8%가 동성애자 이웃을 꺼린다고 답했다.  미국인의 20.4%, 스웨덴인의 4.2%, 태국인의 39.8%가 이같은 답을 한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동성애를 에이즈(AIDS/HIV)와 연결 짓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반 동성애’ 집단은 에이즈 위험을 이유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을 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기조차 꺼린다.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69.7%가 위의 질문에 ‘노’라고 답한 것을 보면, 동성애 혐오는 이성적 사고의 결과라기 보다 정서적 차원의 반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후보시절 TV토론에서 “나는 동성애에 반대합니다”라고 말한 것이나, ‘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아시아의 첫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작 2015년 180여명의 시민, 전문가들이 몇 달간 협의 끝에 만든 서울시민인권헌장(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가 포함됨) 채택을 주저했던 것은 이런 분위기 속 산물이다. 


이토록 광범위한 정서적 반감의 뿌리는 무엇일까? 미국의 사례를 보면 그 뿌리를 캐내는 단서가 나올지 모른다. 2012년 미국에서는 역사상 첫 동성애자 상원의원(태미 볼드윈, Tammy Baldwin)이 탄생했다.  그것도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당시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았던 위스콘신주에서 말이다.  CNN은 태미 볼드윈의 승리를 보도하며 지난 수 십년 간 동성애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했는데, 1990년대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동성애자를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2010년 실시된 조사에서는 ‘주변에 동성애자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무려 49%에 이르렀으며 2012년에는 이 수치가 60%까지 올랐다. 이같은 결과는 동성애자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두 원인 모두 작용했을 수 있겠으나 후자가 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한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억압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커밍아웃에 따른 감수해야 할 위험이 적어졌고, 이에따라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리라 볼 수 있다.  이로써 가족과 친구들이 그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 따른 거부감도 적어졌을 것이다.  

반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방송인 홍석천이 한 방송녹화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는데 이후 2년여간 그는 방송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게 2000년의 일이다.  1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매년 퀴어문화축제에는 ‘에이즈의 주범 동성애’와 같은 피켓이 등장하고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지자체의 인권조례들은 항의 세력에 막혀 수년째 좌초 중이다.


김승섭이 쓴 <아픔이 길이 되려면>(2017, 동아시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 단위에서 하는 조사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LGBTI: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Intersex)를 다루지 않아 현재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지는’ 누군가의 아들, 딸, 형, 누나, 동생, 친구들이 ‘소수’라는 이유로 근거 없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누군가의 성 정체성이 다른 누군가의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인권이라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만 성립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 비난에 동조하거나 비난의 목소리를 방관해오지는 않았나?  비난 대상이 나의 아들, 딸, 형제자매, 친구라면 여전히 같은 목소리로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김승섭은 제인 엘리엇(Jane Elliott)의 ‘차별실험(“Blue eyes-Brown eyes” Exercise)’을 인용해 말한다.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에 대해 더욱 조심할 줄 안다고.  결국 당사자성이 중요하다.  소수자가 되어보면, 소수자의 가족이 되어보면, 소수자의 친구가 되어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결국 2015년 미국 전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데에까지 이른 것은 미국 사회가 소수자, 인종차별이라는 이슈를 안고 수 십년 간 사회적 논의를 지속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포용과 다양성을 말하면서도 도처에 존재하는 혐오와 다름을 배제하는 행위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고, 혹은 침묵을 자원하는 우리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두려운 건 누구인가.



They exist not to be seen (2): LGBTQI in South Korea

  

What would you answer to the question 'Do you want to live with a neighbor who is homosexual?' 

Some will ponder and some will answer ‘no’ without hesitation. According to the World Value Survey, 79.8% of the 2,443 Koreans surveyed in 2010 said they were reluctant of their gay neighbors. Compared to this high number, mere 20.4% of Americans, 4.2% of Swedes and 39.8% of Thais answered no to this question. Although the medical community concludes that it is unscientific to link homosexuality to AIDS / HIV, many anti-homosexual groups are reluctant to even recognize homosexuals and other minorities as members of the society because of AIDS risk. Moreoever, 69.7% of college-educated students answered ‘no’ to the above question, which suggests that homophobia is an emotional dislike rather than a result of rational thinking. In this atmosphere, South Korea’s President Moon Jae-in said in a TV debate when he was a presidential candidate in 2017, “I'm against homosexuality.” Seoul Mayor Park Won-soon who once said that he hopes Korea would be the first country in Asia to legalize same-sex marriage, also changed his position. Mayor Park in 2015 hesitated to adopt the Seoul Civil Rights Charter (including the prohibition of discrimination based on sexual orientation) which was made after months of consultation with unprecedentedly high participation of 180 Seoul citizens and experts.  


What is the root of this wide range of emotional antipathy? The US case may reveal clues to its roots. In 2012, the first gay Senator in history, Tammy Baldwin, was born in Wisconsin, where conservatism was strong and same-sex marriage was not allowed at the time. CNN reported on Tammy Baldwin's victory to see how Americans' perceptions of homosexuality have changed over the last few decades. Polls in the 1990s say most people have never seen homosexuals around them. However, in a 2010 survey, 49% of respondents said they had a homosexual family or friend in their neighborhood, and this figure rose to 60% in 2012. Is this because of the increased number of homosexuals or because more people just came out? Both causes may have worked, but the latter is probably more influential. As the level of social oppression against homosexuality has been lowered, the risk of having to come out has been reduced. Accordingly, more people will be able to openly reveal their gender identity. This would also lessen the reluctance of family and friends to recognize and accept them.


On the other hand, let's look back at us. In 2000, a Korean entertainer Hong Seok-cheon said in a broadcast recording that he was a homosexual. Since then 19 years have passed, but we still see such banners saying ‘homosexuality is the culprit of AIDS’ at queer festivals every year. Local governments’ human rights ordinances that prohibit discrimination based on sexual orientation have been stranded for years.   


According to Dr. Kim Seung-seop's 2017 book, If Pain Paves a Way, Korea does not deal with homosexuals and other sexual minorities in the national survey. Therefore, the government does not even know how many LGBTQIs live in Korea, let alone failing to secure sexual minorities’ minimum level of wellbeing. Someone's son, daughter, brother or sister, and friends who are believed not to exist are subject to unfounded disgust because of their being minority. Can someone's gender identity be blamed? Do human rights have to be approved by someone else? Have we not sympathized with this accusation or have left it alone? If our sons, daughters, siblings, and friends are to blame, can we still blame in the same voice?

Kim Seung-Seop quotes Jane Elliott's ‘Blue eyes - Brown eyes’ exercise. Those who have been a discriminated minority are more sensitive about the privileges given to them. After all, when you have gone through being a minority, a family of minorities, or friends of minorities, you eventually see things that you could not see. 


The former US President Barack Obama publicly endorsed same-sex marriage while in office and this eventually led to legalization of same-sex marriage in 2015. This could happen probably because American society had continued social discussions and grappled for decades with the issue of minority and racism. Who is afraid to confront our reality while compelling silence or voluntarily keeping silence over the acts of rejection and exclusion? Inclusion and diversity are simply good words to hear or to talk about?


#sexual_minorities #LGBTQI #inclusion_exclusion #d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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