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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Jul 10. 2019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들(1)

대한민국의 이주민

머릿수로는 대한민국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소수자성을 안고 사는 현실에서, 머릿수조차 많지 않은 진짜 소수자들의 설 자리는 비좁다.  갑과 을로 단순화된 세상에서 이들은 의문의 여지 없이 을 중에 을이다.  절대 을 이주자,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농촌에 가면 서너 집 건너 한 집에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있다.  지난해(2018년)말 기준 15만 7천 명의 외국인 결혼 이주자들이 한국에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13만 명 가량이 여성이다.  1980년대 통일교, 1990년대 중국과의 수교를 계기로대거유입된 일본이나 중국 국적여성들은 피부색이나 문화적 배경이 한국인과 유사해 혼기를 넘긴 농촌의 남성들이나 그들의 가족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면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이 활개를 치면서결혼 이주 여성의 출신지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과 같은 동구권까지 확장됐다. 2019년 현재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 이주 여성의 거의 40%에 육박하는데,  쌀농사를 많이 짓는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하다는 이웃집 평가가 농촌 사회 전반에 꽤 강력한 믿음으로 자리 잡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은 “베트남 숫처녀: 비용 780만 원, 초혼, 재혼, 장애인 환영”과같은 낯 뜨거운 현수막을 걸고 성업 중이다.  이런 현수막에 대한 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있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농촌 총각과 결혼해 애 낳고 시부모 봉양까지 하는 여성들을 ‘조달’해주는 그들을 정색하고 단속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자체 수준에서만 한 해 천 억 원 이상 ‘다문화 예산’이라 꼬리표가 붙은 돈을 배분하는 권한을 행사하며 이들이 조성한 생태계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2년 새누리당이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인 이자스민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것은 아이러니한 사회적 파격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조윤선은 “이자스민 후보가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100만이 넘는 외국인을 대변하고 16만이 넘는 이주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고 싶었다”고 공천 이유를 밝혔다.  존재하지만 존재감 없는 이주자들이 목소리를 얻었다고 환호한 한편, 귀화한 지 20년이나 된 그는 여전히 ‘외국인’으로 불리며 각종 악성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등록 이주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안(이주아동법)’을 대표 발의하자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도 않은 이자스민 의원이 우리 국민 세금으로 자기 나라 불법체류자를 도우려한다는 소문이 사실인 냥 떠돌았다.  정파를 막론하고 그를 향한 공격은 의정활동 내내 계속됐다.  ‘여성, 아동,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어떠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을 강령으로 내건 민주당도 경쟁 당 의원의 고초를 눈 감았다. 사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을 1991년 비준한 나라로서 국적을 불문하고 아동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할 것이 요구되나 ‘돈 있으면 우리나라 저소득층 먼저 도우라’는 표심에 밀려 여전히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예멘인 484 명이 한꺼번에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하면서 불이 지펴진 난민법 폐기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엔난민협약을 비준했고 아시아 유일의 독자적 난민법까지 갖춘 우리나라지만 이들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범죄가 창궐할 것이라는 여론의 압박 속에 난민지위가 인정된 사람은 484명 중 불과 0.4% 뿐이었다.


지난해 충남에 터를 잡고 사는 이주 여성 몇몇과 그들의 남편, 시부모를 인터뷰 했었다.  이주 여성들이 손주 낳아주고 집안 대소사를 챙겨줘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시부모에게 용돈을 준다고 자랑하는 노인도 있었다.  도시로 나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장님들에게 물으니,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3D직업이라고 사람 구하기 어려운데 외국인 노동자들 덕에 사업체가 유지된다고 말한다.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은 동남아시안들이 주말에라도 와서 돈을 써줘 다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방에 앉아 보는 TV에서는 매를 맞거나 도망간 외국인 신부 이야기, 흉악한 외국인 범죄 이야기가 시시때때로 다뤄진다.  어느 것이 우리 현실에 가까운 것일까?  이자스민에게 혐오 발언을 서슴 없이 던지고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청원하는 70여만 명의 사람들은 직접 이주자나 난민신청자를 만나본 적이 있을까?  

4년 주기로 이뤄지는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는 우리의 마음을 명확히 드러내주는 듯 하다(한국 설문은 2010년 실행됐다).  ‘이주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두겠는가?’라는 질문에 44.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위험이 있는 저숙련 노동자, 그래서 저소득 계층인 이들보다도(49.3%) 스스로 경제적 상위계층이라 여기는 이들이 이주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길 더 꺼려했다는점이다(64.1%).  이는 일자리 문제로 이주민에 대한 반감이 형성되고 있는 대다수 유럽 및 서구 국가들과 비교된다.  우리의 경우 실존적 차원의 혐오라기 보다 추상적 차원의 혐오라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비교조차 무색하지만, 스웨덴의 경우 동일 질문에 대해 하위계층이 17%, 상위계층이 9.8%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2013년 봄볕 좋은 4월, 마라톤 대회를 구경하러 유모차를 밀고 시내로 나갔다.  잠든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싶어 결승선을 끊는 선수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왔는데, 오는 길에 문자가 쏟아졌다.  “괜찮은거지?”  체첸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폭탄을 터뜨려 4명이 죽고 140명 넘는 이들이 다쳤다.  익히 알려진 보스톤 마라톤 테러 사건이다.  러시아에서 종종 일어나는 테러의 대부분이 이슬람 지하드를 배경으로 한 강성 체첸 분리독립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지목되는데, 이 때문에 언론은 사건 초기 이들을 외부에서 심어놓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아마추어 냄새 폴폴 나는 압력밥솥 폭탄은 과연 그들 뒤에 거대한 조직이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CNN, 뉴욕타임즈 등 유력 매체의 합리적 의심 버튼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후 밝혀진 것은 범인인 차르나예프 형제가 미국에서 10년 이상 산 시민권자이며 미국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 특히 2015년 사형을 선고 받은 사건 당시 19살이던 동생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형제가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체첸계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주변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  미국에서 생의 대부분을 살고 시민권자가 된 이들이 테러행위를 저질렀다면 이것은 미국 이민정책의 문제일까 안보의 문제일까, 아니면 미국식 민주주의의 문제일까?


걱정스럽다. 다문화라는 '선의'의 말이 '낙인'이 된 학교에서 집단 괴로힘을 못 견디고 옥상에서 떨어져버린 2018년 11월 인천 중학생 사건을 기억한다. 아이는 러시아출신 엄마를 둔 한국인이었다.  인천 중학생은 자신의 죽음으로 이 세상 속 폭력을 알렸고 차르나예프는 남을 죽임으로써 자신이 겪은 소외와 멸시를 고발했다. 며칠 전에는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자비하게 때린 남편의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뉴스에 올랐다. 국적 불문하고 모두가 분노했다. 그 옆에는 두 살배기 아이도 있었다. 이런 일은 이미 십여년 전부터 우리의 문제였다. 다만 이제서야 당사자가 아닌 우리들의 눈에 보이게 된 것일 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던 이들이 이제서야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눈으로 봤으니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이제 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


 


Given the fact that half of South Korea's women still live as minorities, the place for real minorities with only a few heads is narrow. In a society simplified by Gab and Eul, immigrants and LGBTQI are undoubtedly most marginalized Eul. I would like to tell the stories of these minority groups living in South Korea. 

* The term ‘Gab-Eul’ relationship originates from the Korean business practice. Gab typically refers to the party that has more power in making contracts, while the other party is referred as Eul.    



In rural areas, there are 'foreign daughter-in-law' in one house from three or four houses. As of the end of last year (2018), 157,000 foreign marriage migrants live in Korea, of which 130,000 are women. Japanese women were mostly introduced in the 1980s through the Unification Church and a large influx of Chinese women was made in 1990s as South Korea established diplomatic relations with China. By the end of the 1990s, international marriage brokers were in full swing, and the migrant women's origins extended to Southeast Asia, including Vietnam and the Philippines, as well as to Eastern Europe, such as Ukraine, Uzbekistan, and Kazakhstan. As of 2019, Vietnamese women account for nearly 40% of married migrant women, which is why a neighbor's opinion that Vietnamese who are diligent has become a strong belief in rural societies. For this reason, international marriage brokers became rampant with shameful banners like "Vietnamese virgins: cost 7,000 dollars. Welcome first or second marriage, or the disabled". Although the responsibility for managing these banners lies with local governments, there seems to be no willingness to crack down on even illegal brokers. In a society with low birthrate and aging population, local governments seem to quietly tolerates brokers and welcome women who make up normal family by marrying rural bachelors and raising their parents-in-law. Rather, local governments encourage the ecosystem created by those brokers. They wield authority to distribute money more than 100 million dollars a year labeled as multicultural budgets. 


In this atmosphere, it was ironic that the conservative Saenuri Party elected Jasmin Lee, a married migrant woman from the Philippines and naturalized Korean, to the proportional representative in 2012. Cho Yun-sun, then a spokesperson for the Saenuri Party's Election Commission said, “We wanted to make it possible for her to enter the National Assembly to represent more than 1 million foreigners and more than 160,000 migrant women.” While many migrants cheered for this voice, she was still called a ‘foreigner’ and suffered from various rumors. For instance, in 2014, a member of the liberal Democratic Party initiated the Act on the Rights of Immigrant Children, which guarantees the basic rights of undocumented migrant children. Rumors had it that Jasmin Lee tried to help illegal immigrants with our national taxes. Regardless of the truth, the Democratic Party pretended not to have seen the rival’s agony. In fact, as a country that ratified the UNCRC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in 1991, South Korea is required to guarantee universal rights for children regardless of nationality, but the role as a member state is not fully digested. In the same vein, the controversy over the dismantling of the refugee law, which was set up last year when 484 people from Yemen applied for refugees in Jeju Island, is understood. Although South Korea has ratified the UN Refugee Convention and is the only country in Asia that has refugee law, only 0.4% of the 484 people have been granted refugee status under the pressure of public opinion that their jobs will be taken away and crimes will rise. 


Last year, I interviewed several migrant women, their husbands, and parents-in-law living in a rural area. I have been told that migrant women are indispensable. Parents-in-law were happy to have their grandchildren and to be taken care of by their daughters-in-law. Some boasted that they got pocket money from their daughters-in-law. When I came to the city and ask the bosses who hired foreign workers in 3D(dirty, dangerous, difficult) jobs, they said that the business could be maintained by foreign workers. Nearby traditional market merchants were also glad that Southeast Asians come and spend money on weekends.

However, sitting in the room, we watch TV shows featuring foreign brides who have been beaten or run away, and violent foreign crimes. Do they reflect our real society?  

The World Value Survey seems to clarify our minds (the Korean survey was conducted in 2010). When asked, “Would you like to have migrants or foreign workers as your neighbors?” 44.2% said ‘No’. What is noticeable here is that, those (64.1%) who consider themselves high economic tier than those (49.3%) of low-income workers at risk of losing their jobs to foreigners were more reluctant to accept migrants or foreign workers as neighbors. This compares with most European and Western countries, where job issues are creating a dislike for migrants. In our case, it can be interpreted as hate at the abstract level rather than hate at the existential level. Though it seems beyond comparison, the same question was answered no by 17% for the lower economic tier group and 9.8% for the higher in Sweden. 


In spring 2013, my family was among the crowds in Boston Marathon. As we all know, there was a bombing near the finish line that left four people dead and more than 140 people injured. Initially, many suspected that the Islamic terrorist group was behind the bombing, but it did not take long before the pressure cooker bomb was made by teenage brothers who immigrated from Chechnya more than a decade ago. It was also revealed in the testimony that two brothers had received formal education in the United States and were discriminated a lot for being Chechen. If those who lived most of their lives in the United States and became citizens commit a terrorist crime, would this be a problem of US immigration policy or security? Or would this be a problem of American democracy?  


Last year, we were shocked to hear the news about the middle school teenager who fell off the roof to resist bullying by his classmates. The teenager’s mother who is Russian cried that the word of good faith ‘multiculturalism’ became stigma. The teenage boy accused our society of its deep-rooted homogeneity and alienation by killing himself, while other teenagers in Boston ferociously reacted against the society by killing others. A few days ago, the news featured a video of a Korean husband brutally beating a Vietnamese wife. Everyone got angry, regardless of nationality. Next to it was a two-year-old child. This has been our problem for over a decade. Only now have it become visible to us. Those who existed but were not visible, now get into our eyes. Now, what will we do?


#humanrights #immigrants #migrant_women #invisible_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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