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여성을 배척한 페미니스트들
성전환으로 남성에서 여성이 된 사람의 숙명여대 입학을 두고 온 사회가 시끄러웠다. 동성애자를 넘어 성전환자 이슈가 9시 뉴스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정도가 된 것만큼은 우리 사회 큰 변화다. 그러나 변화가 언제나 진보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진보인 척 하지만 한 꺼풀만 까도 구태를 반복하는, 때때로 퇴보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 아니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페미니즘=진보'의 공식이 성립하던 때가 있었다. 더 나아가 '페미니즘=진보=약자의 인권 옹호'를 뜻하기도 했다. 그러나 숙대에 진학하고자 한 성전환 여성을 대하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에게서 약자에 대한 애정과 타인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 진보를 향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들은 여성을 성폭력의 피해자로, 남성을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바라볼 뿐이다. 이들은 '여대는 이미 남성들의 침입으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장을 하거나 성전환을 통해 후천적으로 여성이 된 이들이 선천적으로 여성인 사람들의 공간에 침입한 국내외 몇 개 사례를 들어 모든 성전환자를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여대'라는 공간을 차별받고 기회를 박탈당하는 여성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2005년 이래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고등교육' 기회를 운운하고, 여성차별과 남성폭력으로부터의 피신처로서 여대를 규정하는 걸 읽다보니 이것은 마치 개화기 신여성들의 외침인가 싶은 착각이 들기조차 한다.
이들은 묻고 있다. "남자들은 어떠한 이유로, 그리고 어떠한 근거로 남자에서 여자가 되는 것인가?"
이들은 진정, 여성들을 폭력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한 남성이 생물학적 성별을 거스르고, 가족은 물론 일면식도 없는 수많은 타인들로부터의 인간적 모멸까지 감내한다고 믿는 것인가?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보자. 성전환자는 MTF(Male to Female)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MTF보다 수는 적지만 엄연히 FTM도 존재한다. 그럼 이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당신들은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근거로 여자에서 남자가 되는 것인가?"
숙대에 진학하려던 여성은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
우리 안의 배타성, 편협함을 다시 돌아본다.
기록을 위해, 연서를 한 서울시내 6개 여대 자칭 페미니스트 리스트를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