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외국인 타겟 코로나 전수검사
# 외국인은 표가 없지
경기도가 며칠 전 도내 외국인들에 대해 코로나19 전수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외국인을 채용하고자 하는 사업체는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사전에 받도록 할 것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또 내렸다. 최근 몇몇 외국인 노동자 집단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밀집도가 높아 바이러스 전염에 취약한 사업체 소속 사람들 -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이 대상이 되는 게 상식일 터. 그러나 한국 국적자냐 아니냐를 따져서 검사를 하라는 경기도 '최고지도자'의 명령이 나왔다.
바이러스가 국적을 가려서 전염될리 만무한데도, 이런 행정명령에 대해 비판/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최우선 과제 1번에 방역이 있는데다 국적자/비국적자로 갈라치기 하면 행정상으로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은 '표'가 없어서 '목소리'도 없다.
코로나 시대에 치트키가 된 '방역'을 목적으로 사이다 같은 행정을 했다고 칭찬하는 민족주의자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물론 보편적 상식을 갖춘 사람들은 "한국 여권 가지면 코로나가 안 걸리는 것이냐"며 이러한 조치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는 '인종차별'적이라고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4의 권력이라 불리는 언론은 비판에 주춤한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사람의 인권의식은 여권 색깔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모양이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비단 한국 국적자냐 아니냐만 따지는 게 아니라, 외국 국적자를 또 달리 나누어 취급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단적으로 농업,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숙련노동자이자 대체로 아시아권 출신인 외국인과 유럽이나 미주 출신 고숙련노동자로 분류되는 외국인들 간에 구분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외국인들을 싸잡아 전수검사 대상으로 명령을 내릴 때부터 경기도는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이 인권침해 진정이라도 낸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응을 할런지...?
오늘 미국 아틀란타에서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총기테러가 벌어져 한국 출신 이주자 4명이 사망했다(뉴스). 계속되는 아시아계 사람들을 향한 혐오 범죄에 한국의 언론들은 분연히 일어나 '혐오는 안 된다'고 고상하게 외친다. 영화 <미나리> 속 사람들과 같은 우리의 핏줄들이 무분별한 인종차별주의자의 총에 죽임을 당했으니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같은 뉴스 속에서 경기도의 외국인 코로나19 전수검사 명령 소식은 무감한 목소리로 전해진다.
트럼프는 갔지만, 트럼프의 유산인 인종차별과 이주민 혐오 정서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미국. 국적을 기준으로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손쉽게 짓밟는 사이다 정치인을 가진 한국. 나는 사이다같은 대통령의 탄생이 두렵다. 나의 인권이 사이다 정치인의 손가락 끝에 매달려 대롱거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