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함을 벗다
2020.1.30
저녁에 만난 김OO 선배는 월급이 나를 여유있게 만들었다며 살짝 실망스러운 투로 얘기했다.
백수 탈출 기념이자 첫 월급 턱을 쏘던 자리에서다.
누가누가 불행한가를 경주하던 메이트였으니 그럴 법도. 선배는 회사일 뿐만 아니라 암 수술 하신 엄마, 근래에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 가출한 조카 등등의 이야기를 하며 "네가 나만큼 불행해?"란 말을 만날 때마다 했다. 세상 천지에 내가 제일 불행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선배의 우는 소리를 듣고 나면 내게도 은근 치유효과가 있었다.
“겨우 X만 원으로 이렇게 변하는 거 보면 참 사람이 간사하죠”라고 나는 대꾸했다. X만 원에 영혼을 팔아넘겼다. 저녁값 내면서 '이왕이면 싼 거 시키지'란 생각을 안 해도 되는 게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