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강아지 동생이 생기다
지난해 여름, 아들은 장기화된 원격수업과 단절된 사회생활 끝에 유투브 늪에 빠졌다.
세 차례의 반성문,
학교를 그만두게 하겠다는 협박,
절제를 하면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는 회유.
아들과의 신뢰 전선이 완전히 끊기기 전에 시급히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아들의 아버지는 강아지 옵션을 들고 나왔다. 1년 전부터 "다른 애들은 형이나 동생이 있고, 없는 애들은 강아지, 고양이라도 키우는데 나는 뭐냐"며 시위를 하던 아이였다. 강아지는 과연 유투브 중독에 빠진 아들을 구원해낼 것인가?
우리는 강아지를 키워야 하는 이유와 키운다면 어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지 정리해서 PT를 하라고 시켰다. 그 사이 한 달 가량 유기견 센터를 폭풍 검색했고, 아들은 두 번의 빠꾸를 맞고 세 번째 PT에서야 합격했다.
아들의 아빠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2020.9.27
남편은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나를 차에 태웠다. 도착한 곳은 서울 동쪽의 어느 펫샵.
1)털이 잘 빠지지 않아야 한다 2)가족 모두가 (옆에 사는, 결국 주보호자가 될 할머니 할아버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크기가 작은 아이여야 한다 3)첫 강아지인만큼 아기를 데려와서 성장과정을 함께 하자 .... 라고 혼자 이런저런 조건을 상정해 그에 맞는 강아지를 어디서 데려올지 다 정해놓았더랬다.
내 무릎 위에 꼬물거리를 털뭉치가 놓여졌다. 어딜 어떻게 만져야할지 모르고 당황해하는 사이, 모든 절차는 끝이 났다.
이 늦은 밤,
난 토이푸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슬개골 탈구 예방을 위해 매트를 주문했고, 강아지 장난감을 검색하고 있다.
졸지에 강아지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