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기적이지 못했을까
브런치를 훑어보다 우연히 마주친 글... '유능한 직장인은 백수가 된다'
회사에 몸 바쳐 일한 사람은 갑작스러운 퇴직이든 계획된 퇴직이든 퇴직의 순간을 맞았을 때 인생2막에 대한 준비가 없어 백수가 되고 말지만, 회사에 그럭저럭 다니며 바깥에서 탐구활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인생2막을 꽤 성공적으로 끌어간다는 탁월한 통찰.
며칠 전 샤워하면서 내가 왜 이토록 억울한지 문득 생각했더랬다.
후회되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하나,
동료가 대학원에 다닌다고 할 때 나는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나도 대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일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기도 싫었고, 일-육아-공부까지 해낼 자신은 없었던 거다. 현재 그 동료는 돈 벌면서 박사과정 수료를 했고, 회사가 망한 후 박사과정 수료를 인정받고 새로 취직했다.
둘,
더 늦기 전에 둘째를 낳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2014년, 2017년에 중요한 일정들이 회사에 있었다. 임신 기간과 출산 후 휴가까지 합하면 적어도 1년 넘는 시간동안 전력이 떨어진다. 소규모 회사에서 나 하나 빠지는 게 얼마나 큰 타격일지 생각하다 결국 잠정 보류했다. 회사가 망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 결정이지만, 이렇게 백수로 있다보니 둘째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셋,
2017년 주요 일정까지 마치고 나자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그때 회사에서는 '앞으로 더 큰 회사로 성장하는 데 네가 더 큰 책임을 맡아달라'고 했다. 매력적인 스카웃 제의를 동료에게 넘겼다. 얼마 후 회사는 망했고, 스카웃된 동료는 나름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절대 망할 일 없는 회사에서.
누구를 위한 이타심이었을까.
지적, 도덕적 허황심에 빠졌던 것일까, 그저 나이브했던 것일까.
다시 내가 백수를 탈출한다면 나는 좀 더 이기적인 인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