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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라디오

포근한 바람이 전파를 타고 왔다.

by 나리다

봄이 포근하게 불어온다.

내 무채색의 삶 어딘가에도, 분명하게 피어나던 노란색의 개나리 꽃이 있었다. 지금도 내 삶 어딘가에서 팝콘같이 튀어오르는 뚜렷한 색감들이, 내 삶 곳곳에 리듬감을 일깨운다.


퇴근하는 차량 안의 라디오에서 무심코 흘러나오는 노래도, 봄이었다.

포근하고 처량한 봄이었다.

내가 그 노래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설정했을 때는 남편이 살아있었고, 그 사실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막연함이 내 현실에 맞부닥치는 순간 울음이 터졌다.

봄바람 같은 노래였다.

조금 옛날 사람 같은 노래. 남편은 내 벨소리를 듣더니 아이구 장인어른이 오신 줄 알았네 했더랬다.

나는 눈을 흘겼던가.

어느 계절이든 당신이 묻어있고, 나는 굳이 당신을 털어내지 않는다. 그렇게 만지다 만지다 닳아 맨드랍게 되어 당신인듯 나인듯, 어느 계절이든 간에, 어디든간에 자연스럽게 있기를, 슬픔이 닳아 기쁨이길.



아지랑이 피는 하늘
잠시 감은 눈에 나도 몰래 생각이나.
봄바람처럼 살랑,
날 꽃잎처럼 흔들던 사람.
(중략)
봄바람처럼 살랑,
또 하루하루 멀어지지만
어느새 또다시 눈부신 봄이야.

-이문세 <봄바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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