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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작은 돌멩이들이 마음을 짓누르는 순간들

by 나리다

나는 요즘 새벽에 자주 잠을 깬다. 아마 비염 때문에 코가 막혀 뒤척이는 아이 때문에 그럴 텐데, 일단 한번 잠이 깨고 나면 새벽녘 커튼 사이가 푸르게 밝아올 때까지 잠을 못 잔다. 특별한 고민은 없는데 매일 쌓이는 작은 돌멩이들이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돌멩이가 그곳에 있다는 걸 잊고 싶을 땐 SNS를 켜고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정보들을 멍하니 쳐다보든가, 어떻게든 자고 싶으면 법륜 스님 강의를 틀어놓고 눈꺼풀을 내리누른다.


내가 주로 반복해서 듣는 법륜 스님 강의는 후회와 고민, 걱정, 불안 등의 주제이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이불문하고 모래알 같은 고민들을 바위처럼 쌓아놓고 사는 얘기를 가만 듣는다. 그리고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논리적이고, 어쨌든 결국은 맞는 말인 법륜 스님의 자분자분한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어떤 사람이 법륜 스님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를 세상이 너무 차갑단다. 자긴 열심히 사는데 왜 그에 대한 보답이 따르지 않는지 모르겠단다. 열심히 하면 보답을 받는 건 상식이지 않느냐고.

법륜스님은 웃는 낯으로 따갑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어느 부분이 차가운 거냐, 온도가 차갑더냐. 열심히 살면 보답을 받아야 한다는 법칙이 있느냐, 내가 열심히 하면 성공할 확률은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하는 게 필연적이라는 법칙은 없다. 세상은 자연 그대로인데 당신이 차갑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동안에 당신이 따뜻한 걸 누렸기 때문이라고, 차가운 곳에 있던 사람은 같은 세상에서도 따뜻함을 겪는 거라고.

고통이 상대적인걸 모르는 건 아닌데 그걸 알면서도 왜 사람은 그로 인해 고통스러운 걸까?


자잘한 의문을 뒤로 하고 스님 말씀을 묵묵히 듣고 있자면 내 돌멩이도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해골물도 목마를 때 마시면 다디 단 생명수이듯이 세상만사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염불 외듯 되뇌다가 어느 날은 꾸벅 잠이 들고, 어느 날은 돌멩이가 꿈틀대서 결국 날밤을 샌다.

어차피 다음 날 같은 돌멩이가 나를 괴롭히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법륜 스님 말씀을 듣는다. 처음엔 별 위로가 되지 않았는데 계속 듣다 보면 그 무엇도 별것 아니구나 위로되는 순간도 있다. 나는 나약한 중생이라 같은 말씀을 들어도 매 순간 마음이 달라지지만 한순간의 그 짧은 위로를 느끼기 위해 계속 계속 스님의 강의를 듣는다.



내 삶의 방향은 언제나 생존을 향해 있었다.

꿈결처럼 흐르는 세월은 날카로운 물줄기 같이 내 삶에 수없이 많은 찰과상을 남겼지만, 웅크릴지언정 단 한 번도 삶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세상이 너무 크고 무서워서, 그에 비해 나는 아주 작고 나약하지만 휘어져도 부서지진 말아 봐야지.


오늘 밤은 눈을 감고 별을 세어봐야겠다. 별 사이로 스님의 말씀이 흘러 지나갈는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고작 별똥별이 지나갈 만큼의 시간이라고, 아무것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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