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벼락치기, 마지막 덜어내기

by 산문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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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의 모의고사에서 떨어졌고, 마지막 일주일 벼락치기를 위해 연차를 썼다.



어차피 지금껏 공부해서 실패를 봤다. 하루 이틀 더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벼락치기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1년 공부를 농사에 비유하자면, 벼락치기는 수확의 순간이다. 말그대로 이 시간을 위해 그모든 날들을 버텨온 셈이다.

이쯤되면 이제는 동물적인 감각을 믿어야 한다. 이미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어떤문제가 시험에 나올지를.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좀처럼 기출문제를 버리지 못했다.


'이 문제는 매년 나왔으니 이번에도 나오겠지.'

'이건 5년간 안 나왔으니, 슬슬 나올 타이밍 아닌가?'

'한 번도 안나온 개념이지만 중요하니까 이번엔 킬러문항으로 나올지도 몰라.'

시간이 넉넉했던 그때는 모든걸 챙기고 싶었다. 나만 그런건 아닐것이다. 그건 공부하는 사람의 본능같은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진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이제는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직 망설여진다면, 스스로에게 딱 두가지만 물어면 된다.


“지금 이걸 하는 게 진짜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이 편하자고 붙들고 있는 건가?”


이 두가지 질문만으로, 막바지 공부는 훨씬 선명해 진다.


벼락치기는 대청소 같았다. 뭐든 아깝고 다 필요해보여도, 시간이 없을 땐 결국 중요한 것만 남긴다. 나는 벼랑 끝에서, 꼭 필요한 것만 들고 뛰었다. 불안은, 먼지처럼 털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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