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한두 문제 틀린 걸로 울고불고하던 여자애가 있었다. 재수 없었다. 누구는 시험지에 비가 내리는데, 고작 한두 개 틀렸다고 얼굴에 폭우가 쏟아졌으니 말이다. 엄살도 가지가지라지, 코웃음 쳤다. 근데 이제는 안다. 그 애는 그만큼 정성을 들였고, 그만큼 걸려 있는 게 많았던 거였다.
오늘은 시험 당일이다. 33회 1차 합격, 34회 2차 불합격, 그리고 이번 35회 동차 도전. 이게 뭐라고, 여기까지 오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시험 몇 문제 틀렸다고 눈물까지 보이던 애를 이해 못 한 내가 지금은 이 시험 하나 붙겠다고 이러고 있다. 그땐 몰랐다. 미안했다, 민영아.
준비한 게 많다는 건, 잃을 게 많다는 뜻이다.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가족 여행 가서도 애들 자는 틈에 몰래 인강을 들었다. 퇴근 후엔 잠깐 눈 붙이고, 밤엔 독서실에 다시 출근했다. 모처럼 다 같이 치킨에 맥주를 마실 때도 나만 콜라를 들고일어나야 했다.
공부가 생활을 잡아먹고 있었다. 진도는 늘 어긋났고, 모의고사는 한숨을 안겼다. 무서운 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시간을 또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함을 넘어서, 솔직히 끔찍했다.
인간은 결과를 알 수 없을 때 쉽게 흔들린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면 어쩌지.’
그 말보다 더 무서운 건, 그때 내가 나한테 던질 말들이다.
‘그때 좀 더 할걸.’ ‘그때 왜 그랬지.’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 그게 제일 고되다.
시험 당일, 좋은 생각만 해도 모자랄 판에 불안은 오늘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시험장에 향했다. 그제야 진짜 하루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