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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문꾼 Nov 25. 2018

오빠만 선호하는 그대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 연애는 하지 마세요> 김달

Photo by photo-nic.co.uk nic on Unsplash

 스무 살을 회상해 본다. 나는 그녀들을 좋아했었지만, 그녀들은 재수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얘는 자고로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며 오빠를 선호했다. 군대를 다녀왔더니, 내가 좋아했던 쟤는 취업한 오빠가 좋다며 오빠에게 향했다.



 소개받는 상황에서는, 연하는 어려서 안 되고, 동갑도 어려서 안 된댔다. 물론 구애가 거절당하는 이유야 백 가지가 넘겠지만, 이 글은 그 백 가지 중 어려서 안 되었던, 지금이라도 기록해두는 일종의 회고록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는 cm이다. 키가 몇이냐는 물음에 5.7피트라고 대답하진 않는다. 파운드. 화씨, 모두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 그들에게는 이것이 표준이자, 기준이다. 기준이 다르면 무엇이 길고 짧은지는 직접 대봐야 알 수 있다.      



 마찬가지 사랑에 대해서도, 단위 환산을 적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연령에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그녀들은 또래 친구들을 머리 꼭대기에서 바라보았겠지. 그렇기에 저놈의 드립과 눈길, 그리고 어떤 수작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나같이 넌 남자로 안 보인다고 얘기했던 걸 보면.



 하지만 오빠들은 반은 먹고 들어갔던 것 같다. 군대도 다녀왔고, 데이트할 때 경제적 여유가 있지 않았던가. (사실 내가 오빠가 되고 나서야 알았지만 그들은 동생 앞에서 굳이 돈 없는 티를 내지 않았다)



 오빠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내 깊은 생각을 얘기하면 또래 놈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인데 오빠는 듣는 것을 뛰어넘어, 내 말을 이해까지 하고 있다. 평소에 여러 드립으로 웃겨주면서도 한편으로 진중하다. 내가 화나거나 토라지면, 같이 싸우지 않고, 능청스럽게 잘 풀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 착각이다. 사실 오빠라 그런 게 아니라, 오빠니까 그럴 거라 믿고 싶은 거라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착각은 환산되지 않은 경험적인 단위로부터 온다. 1m와 1,000mm는 같은 길이지만, m 단위의 개념을 모른다면, mm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때, 숫자는 한없이 커지게 된다. 오빠들의 세계에서 그 사람의 길이는 고작 1m 정도로 표현되는데, 내 눈에는 1,000이라는 숫자가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커 보이는 이유는 너보다 더 빨리 태어나서, 이래저래 겪은 게 조금 더 많아서일 것이다. 연애를 통한 희로애락을 많이 못 겪어 본 누군가에게 오빠는 엄청 커 보이고 대단해 보일 수 있다는 것. 사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괜찮은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길고 짧은 건 직접 대봐야 알 수 있다.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술 한잔에 실컷 떠들며 말이다.




 유튜브 크리에에터 김달은 말한다. "이십 대 초반에는 그 또래에게 맞는 사람들과 연애하며, 부딪쳐보고 겪어보고 이런 건 안 되겠다고 느끼고 성숙해져야 한다. 그러나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연애를 하며 편한 연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 마치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대학생이 되듯."    



 물론 얼굴 때문에 까인 거라면 이 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겠지만, 만나보지도 않고 거르는 건 너무 야속하다. 이 글을 보는 오빠들이 자기들의 멋짐에 취해있지 않았으면, 그리고 형들에게 밀린 청춘들이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리에이터 김 달.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애는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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