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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문꾼 Apr 10. 2019

'잘'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Interview on the school of life

Photo by Renan Kamikoga on Unsplash


1.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9살 5년 차 직장인입니다. 직장 생활이 3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니, 바래고(fade) 있는 제 모습이 보였어요. 나를 말해줄 만한 것은 명함뿐이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지만 생각이 나지 않으니 세상 사람들의 잣대에 맞춰가며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작년부터 ‘잘 사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습관을 연구하는 작은 모임을 통해 ‘지루하기만 한’ 책을 좋아할 연습하기, 귀찮기만 한 헬스장 가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어요. 주로 ‘말과 글’을 통해 좋은 생각들을 관찰하고 전달받습니다.      

 이런 영감들은 잘 버무려, 제가 아끼는 생각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개운하게 전달하고 싶어 취미로 글을 쓰고 있어요.      


2. 인생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년 전, 알랭 드 보통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우연히 인생학교 시리즈 책을 발견했습니다. 내공이 부족해서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다소 어려울 듯한(?) 품격 있는 표현, 문화 차이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유머와 위트, 부족한 배경지식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당시엔 실제로 수업을 듣고 있을 영국 사람들을 부러워했죠.     


 때마침 작년에 한국에도 인생학교가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고, 수업을 꼭 듣고 싶었는데, 지방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ㅡ심지어 퇴근길까지 포함하면ㅡ7시 15분은 무리였네요. 이번에는 서울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카카오톡 구독을 통해 주말 강의는 없나 먼발치서 제목만 구경하고 있었어요. 이런 저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올해 1월 초에 처음으로 주말 수업이 생긴 알림을 받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등록했죠!!     

3. 어떤 수업을 들으셨나요?

2019 인생학교 봄학기 수업 12가지를 모두 들었는데 개근상도 주시나요?(웃음)


 예전에는 그냥이라는 말을 많이 썼어요. 그 영화 어땠어? 그 사람은 왜 괜찮은 사람 같아? 뭐가 맛있었어?라고 물어보면 그냥 좋아, 그냥 느낌이 그래, 그냥, 그냥, 그냥 이었거든요.


 수업하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인데, 가지고 있는 ‘언어’가 풍부할수록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비유는 이를 도와주는 장치 중 하나죠. 인생학교 수업은 문화, 예술, 철학 등에서 다양한 비유를 끌어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비유는 직접적인 해결을 떠주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납득을 던져줄 확률이 높아요. 예를 들어서 머리로는 알겠는데, 행동으로 실행하지 못하는 부분들 있잖아요. 경청이 중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훈수꾼들은 “말하는 것보다 경청이 더 중요해!”라고 조언하지만, 인생학교에서는 ‘훌륭한 편집자’에 빗대어 전달하죠.

 꿈과 직업 목표 앞에서, 훈수꾼들은 말합니다. “꿈이 밥 먹여 주지 않으니, 안정적인 직장이 우선이야.” 인생학교에서는 “혁명가가 되기보다는 진화(evolution)의 관점”으로 제안하죠. 통찰을 품은 전달은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가 원하는 행동력에 큰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해요.          


4. 어떤 사람에게 인생학교를 추천하고 싶으세요?


 나만 빼고, 주변은 다 잘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요. 언제부터인지, 비교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를 발견했어요. 남들은 다 맛있는 것 만 먹고 예쁜 데만 가는데, 내 주말은 왜 이럴까 싶을 때가 있잖아요.      


 특히 사회 초년생 구간에 속한 저의 경우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얘기 3 대장이 있어요.

좋은 직장문화는 어떻다 카더라, 연봉이 얼마라고 하더라, 걔가 어떤 차를 탄다더라. 가장 친한 사람들인데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 때 느끼는 질투심, 또는 우월감에 취해 우쭐거리는 내 모습이 너무 별로인 거예요.


 그런데 속물근성, 질투, 불안정, 불안, 불행 등의 마음은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같이 수업 듣는 분들도, 선생님도 물론이고, 세네카, 파스칼, 쇼펜하우어까지 고통받았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한 번도 온전히 바라본 적 없는 나를 발견하며, 나에게 다가가는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5. 인생학교에서 들어 보고 싶은 또 다른 수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허희 선생님의 사랑 강의를 한번 더 듣고 싶네요.. (사랑을 찾아서, 헤어질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사랑 앞에서는 낭만적이고, 바람직해야만 할 것만 같지만, 사실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혼자 있고 싶을 때라든지, 다른 사람에게 끌리기도 하는 등, 사랑 앞에서 느끼는 오묘한 감정ㅡ낭만적이지만 않은ㅡ을 문학과 철학적 관점으로 너무 잘 설명해 주셨어요. 몇 가지 놓친 것들도 있고, 소개해준 작품 (예: 봄날은 간다, 비포 시리즈,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 등.)을 한번 경험하고, 듣는다면, 또 다른 통찰력이 있지 않을까 기대돼요.  

    

6. 수업을 듣고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저는 여자 친구와 함께 들었어요. 연애에 있어서 특별함도 중요하지만, 일상적(daily) 연애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데이트가 특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거창한 생각을 품고 만나지만, 현실은 영화보기, 맛집 가는 데 머무르니, 이상과의 괴리감에 불편하기도 했었어요.


 일상적 연애는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뜨거움보다는 친밀함에 기초하고, “잡담”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먹는 것 말고도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인생학교를 가는 3개월간의 과정 속에서 배운 주제들이 좋은 소재가 되었고, 여자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사실 저에게 있어서 지혜는 상당히 거창했어요. 보통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오글거려하고, 냉소로써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잖아요. 탈무드에 나오는 랍비에게만 배워야 할 것 같고, 어른들이 하는 얘기는 시대와는 동떨어진 것 같고, 고리타분하고, 효용도 없고...


 인생학교에서 배운 현명함에 대한 통찰은 좋은 모티브가 될 것 같아요. 저는 배움을 충분히 훈련하여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괜찮은 전달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1년 뒤의 제 모습이 너무 기대돼요.

Photo by Samuel Zel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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