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견 / 1화. 같은 실수, 같은 잘못
위의 프롤로그를 쓰기까지 참 많은 고심을 한 지 어언 1년 반이 넘짓한듯 하다.
나는 위의 사건을 엄마에게 지금.
고백을 하고,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고백을 해야만 이 글을 시작하고, 완성할 수 있을 거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도, 이제는 죄의 속박에서, 스스로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음이 아닌, 엄마가 어릴 적부터 단단히 ‘낙태’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던 신앙 가운데의 교훈이자 조언이었다. 그 조언을 나는 무참히 깨버리고 스스로 지옥에 빠졌다.
이 고백을 내뱉고 나는 조금은 편해지며, 엄마는 오히려 더 한 대물림의 죄책감을 떠 안을지라도 내가 사실대로 드디어, 겨우겨우 말한 이유.
말하지 않고 그대로 비밀에 묻은 채 갔어도 되었다.
엄마는 마음이 지금보단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죄 자체는 엄마의 업보로 돌아갈 수 있는 걸 알기에, 나중에 더 큰 상처와 죄의 벌을 엄마가 받게 될지도 모르기에.
진정한 믿음, 본이 될 수 있고,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이의 과거가 아직도 비밀리에 썩혀 묻혀진 채 써진 글이라면, 어느 누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나는 나의 사랑하는 하나님을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앞으로의 새 생명의 손길을 받을 당신을 위해서.
아무리 치욕스럽고 더러운 과거라 한들, 고백해 나가려 한다.
죄에 대한 벌을 받는다면 피할 생각이 없다.
이미 받고 있기도 한 벌이니.
그러나 벌보다 나는 훨씬 많은 사랑과 기회와 용서와 위로와 손길을, 생명과 빛을 건네어 받았다.
솔직한 나의 과거와 지금의 솔직한 진심의 신앙을 고백해내려 한다.
수 많은 ‘죄’의 과거에서, ‘죄’의 감옥에서 어떻게 살아내었는지를 당신에게 전해지기를.
때는 이랬다.
32살, 나는 죽으러 엄마 집으로 향했다.
우중충한 날씨, 끈적끈적, 찌뿌둥한 8월의 어느 끝 무렵 즈음.
날 더 매섭게 괴롭히는 것이 재밌다는 듯, 빗방울이 아주 가늘게 추적추적 떨어지기 시작했다.
캐비넷 이동장 총 4개를 겨우 경 4층짜리 집에서 들고 내려와 현관 문앞에 습도에 찌들어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쪼그려 앉았다.
‘아씨 이삿날에 비까지.... 하, 그냥 다 싫다. 진짜. 차는 언제와 하...’
빗방울과 습한 날씨, 매미의 소리만으로도 짜증이 보통 사람들의 두 배이상은 솟구쳐 있었다. 모든게 불만이었고 모든게 미웠고 모든게 꼴불견이었다.
그게 내 모습인 줄도 모르고.
‘야옹-으아오오오옹’
뭐가 그리 서럽니. 불안하니? 무섭니?
갑작스러운 변화에 동공지진과 불안을 호소하는 고양이 네마리.
난 이 아이들의 ‘엄마’였다.
이윽고, 검은차가 도착했다. 콜택시였다.
뒷 자석에 총 네 개의 캐비넷 이동장을 잘 동여매고, 조수석에 앉아 뒤돌아 앉은 자세로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방, 차로 대략 2시간 거리정도 되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있었다.
그래도 꼴에 엄마라고, 내 인생은 포기한채 이러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초조한 눈망울을 보며 애써 침착하며 츄르를 조금씩 먹여가며 달래는데 집중했다.
참 운전 못하시는 성격좋으신 여자 기사님 덕에 조금 빨리 도착했다.
멀미까지 달고.
머리가 지끈지끈, 솟구치는 짜증에 2층 월세 주택이었던 터라, 사다리차로 내 짐을 옮기고 있는 2층 창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뭐랄까.
다 집어치우고 싶었다.
울고싶었다. 눈물이 말라 나오지도 않는데, 애써 대충 청소해놓은 집은 빗방울에 신발 먼지까지 더해져 검은 먼지 흙투성이가 되어 더럽혀져 있었다.
나는 괜시리 눈치가 보여 내 방으로 지정해준 작은 방에 내 짐들을 서둘러 건네받고 정리하기 바빴다.
그러나 엄마는 그 상황 자체가 천둥번개라도 뇌에 꽂힌 것 마냥 정신은 하나도 없고, 정신 산만하게 움직이는 짐들과, 날씨와, 이삿짐센터 직원들에 의해 혼미해졌다.
기껏 내가 내려오기 전, 가볍게 청소를 해놓았고, 짐을 깔끔히 받을준비를 했건만, 모든게 난장판이 되었다.
1층에 잠시 내려둔 네마리의 고양이들의 서러운 울음소리까지 더해져 우리의 기류는 완전한 난기류였고, 충돌해 감정이 곤두박질 쳤다.
“넌 그냥 가만히 좀 있어!!”
결국, 엄마는 소리쳤다.
“왜 또 벌써 소리치고 짜증부리는데 왜!!”
질세라 되받아쳤다.
엄마의 오랜세월 혼자 살던 동선을 내가 들어옴으로써 완전히 망가트린 셈이었다.
자신만의 동선이 있듯, 나도 내 짐 정리에 대한 동선도 중요했다.
이미 우린 그렇게 이사 첫날 부터 져 줄줄 모르는 전쟁을 겪어야 했다.
기압골의 영향이 정말이지 크게 한 몫 한 듯 하다.
일주일 전, 나는 극심한 공포와 20여년의 세월이 담긴 울음을 결국 꺼이꺼이 터트리며 전화를 걸었다.
‘엄마...’
엄마는 단 번에 알았다.
이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이튿날 엄마는 바로 나 혼자 살고 있는 서울 집으로 멀리 멀리 돌고 돌아 헤매면서도 기어코 지하철을 타고 찾아왔다.
그대로 품에 안겨 종일 울었다.
극심한 공황장애, 심각한 자살충동증, 우울증 등을 동반해 죽기 직전까지 갔다.
잠시나마 엄마의 무릎팍에 안심이 되는 듯 했으나, 나의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공황장애와 공포증은 없애지 못했다.
“나, 아무것도 못하겠어. 이사좀... 나 좀... 엄마 데려가줘. 나 좀 살려줘 엄마. 안 그럼 나 진짜 죽을 것만 같아.”
“그래. 가자. 엄마가 해줄게.”
32살이나 먹고선, 어린아이같이 뭐 그리 엄청난 악몽을 꾼 듯 한 얼굴로, 새파래진 얼굴로 바들바들 떨며 무서워 엄마를 붙들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술담배 말곤 없었다.
[나 왜 이렇게 됐니.]
내가 원한 삶이 아닌데, 정말 애쓰고 애썼는데, 내안의 작은 불씨는 어느새 커다란 핵폭탄이 되어 내 머리통을 날릴 기세였다.
그렇게 상처가 될 줄 알면서도, 그렇게 불효인 줄 알면서도, 난 말해야 했다.
“엄마, 나 죽고싶어. 더는 못 견디겠어. 못 살겠어. 살 자신이 없어. 아니, 살고 싶어. 나 좀 어떻게 좀 해 줘, 제발.”
그렇게 나는 모든 준비를 홀로 마친 엄마가 콜택시를 불러 고양이 네 마리와 이삿길을 떠나왔다.
참, 어릴 적 생각했던 30살의 나이는.
참 어른스럽고 우러러보고싶은 이모이자 아줌마의 나이로 기억되었는데.
지금의 난, 아무 쓸모도 없는.
동네바보같은, 갓난 아기 보다도 못한 존재 같았다.
20대가 되자마자, 그렇게 엄마와 같은 실수투성이, 죄악투성이 삶이 아닌 삶을 제대로 살아보겠노라고 서울로 도망쳤건만.
벌을 받아도 단단히 받은 것 같았다.
20대 내내 나의 모든 시간은 스스로 지옥을 구겨 넣었다.
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그렇게 아주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소름이 돋았다.
어느 날, 거울 속의 나를 보았건만.
거기엔 내가 아닌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았을 땐,
괴물이 서있었다.
그렇게 같은 실수를 똑같이.
같은 반복되는 잘못을 똑같이.
내가 그렇게 똑같이 따라하는 앵무새처럼.
괴물이 되어있었다.
쉴 새 없이 울고 또 울었다.
과거를 돌이킬 방법이란 건 없어서.
내 알량한 교만이. 엄마처럼 미련하게 절대 같은 잘못된 삶을 살지 않겠노라 외쳤던 자만이. 오만이. 결국 날 괴물로 만들었고, 지옥을 만들었고.
그곳에 날 가둔 것이다.
1화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