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소심한 선생님

by 새날

1.


"얘들아 요새 교실이 너무 지저분한 것 같아."


끄덕이는 아이들 몇 명. 관심 없는 아이들 몇 명. 끄덕이는 아이들은 나와 비슷한 깔끔 쟁이들. 담임이 '여기까지 하고 집에 가자!' 할 때까지 청소하는 애들이다. 정작 귀를 열어야 할 요주의 인물들은 내 말에 관심이 없다.


“선생님 다 했어요.”


어떡하지. 바닥에 쓰레기가 보인다. 그런데 당번은 슬금슬금 빗자루를 청소 도구함으로 집어넣는다.


'얘들아 나 아직 쓸고 있어...'


그냥 보내기엔 교실이 너무 지저분해서,


“네가 앉은 줄 한 번 더 쓸자.”, “지금부터 3분만 더 쓸자.” 조건을 단다.


"다 했어요."


아직도 성에 안 찬다. 그래도 그만해야지...


“정말 고생했어!” 손으로는 엄지 척!








2.


“오늘 급식 반찬은 땡기는 게 없네.”


“메뉴가 애들이 안 좋아할 것 같은데?”


급식실에서 반찬 투정 소리가 들린다.


“나물이 많네요”


소심하게 공감을 표하고 속으로는 딴생각을 한다.


‘나만 맛있나?’


반찬 투정하는 건 어른들이나 애들이나 마찬가지다.







두 개 썼더니 찔린다. 뒷담화는 안 좋다.

즐거운 금요일을 앞두고 고마운 말썽쟁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 선재는 가명입니다.



3.


선재는 4년 전, 초임 때 만난 학생이다. 3월에 내가 가장 무서워했던. 사근사근하게 다가왔던 대부분의 학생들과 달리 선재는 말이 별로 없었다. 주로 하는 말은 “학교 다니기 싫어요.”와 같은 당황스러운 말.


학년 초. 주말에 선재에게 카톡이 왔다. ‘선생님 저 자퇴할래요. 중학생은 자퇴 못해요?’

비슷한 시기에 선재는 아파서 며칠간 학교를 못 나왔다. 지각을 밥 먹듯이 했고 욕을 잘했다.


나는 슬슬 선재 눈치를 봤다. 작년 선재의 모습을 본 선생님들께 들은 이야기도 있고, 안 그래도 불안한 초임 교사의 부족함이 선재의 일탈을 통해 드러날까 걱정되었다.


그 해, 선재를 포함한 우리 반 남학생들은 그렇게 말썽을 피웠다. 주로 나이 지긋한 부장님들과의 마찰이 잦았다. 나는 우리 부모님 나이뻘 되는 부장님들이 어려웠는데 아이들은 도무지 무서운 게 없어 보였다. 수업을 하고 있으면 창문 밖으로 우리 반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쫓겨났거나 아님 제 발로 나왔거나.

방과 후에 부장님들이 말썽쟁이를 지도할 참으로 부르시면 그들은 하나같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선재도 그런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한 부장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선재에게 할 말이 있는데 불러도 오질 않는다고. 나는 선재에게 말했다. "OOO 선생님이 부르셔. 무슨 일 있었니? 종례 끝나면 교무실로 가봐." 내 말을 들을 거란 기대는 안 했다.






방과 후, 뒤늦게 교무실에 선재가 등장했다. 소심한 담임은 혼나러 온 선재를 모른척했다. OOO 선생님이 속한 부서는 우리 부서 바로 옆이라 나는 등진채 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재는 앉자마자 복장 지적을 받았다. "교복이 이게 뭐니?" 뒤이어 들은 말도 좋은 말은 아니었다. “너! 그동안 불러도 그렇게 안 오고 도망가더니! 오늘은 왜 왔어!" 선재는 반응이 없었다.


'이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어떡하지? 욕하면 어떡하지? 교무실에 남겨진 나는?'

나는 뒷일과 나의 안위를 걱정했다.


선재가 말했다. "안 오면 담임 선생님 혼나잖아요."

"누구한테 혼나?"

"선생님한테요."


부장님은 어이없어하셨다. 부장님 옆에 앉은 선생님도 헛웃음을 터뜨렸다. 일하는 척하며 몰래 듣고 있던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선재 머릿속에 '부장님에게 혼나는 교사'로 인식되어있는 내가 웃기면서도, 초짜 담임을 걱정해주는 선재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던 그때, 나는 나만 생각했는데 선재는 나를 생각해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선재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선재의 학교 생활 태도는 점점 좋아졌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선재는 더 이상 말썽을 피우지 않았다. 언젠가 우리 반 남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합세하여 말썽을 피웠을 때도 선재는 가담하지 않았었다. 담임이 무서워했던 선재는 믿고 보는 선재가 되었고 그 기특한 변화 덕에 나는 힘들었던 1년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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