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날 Sep 21. 2022

다 같이 환승에 실패했습니다.

장거리 출퇴근

“안녕하세요. 아 힘들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침 인사를 한다. 나의 아침 인사는 대게 힘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매일 편도 1시간 30분 거리를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다. 빨간 광역버스 승차, 빨간 광역버스 하차. 초록 시내버스 승차, 초록 시내버스 하차. 파란 시내버스 승차, 파란 시내버스 하차까지 마치면 도착이다.


아침에는 10분 일찍 나오느냐 마냐에 따라 교통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장거리 출퇴근러는 부지런을 떤다. 보통 6시 30분에 첫 번째 광역 버스에 타는데 이 시각은 출근 시간 2시간 전이다. 힘들지만 덜 힘들게 하는 것은 매일 나와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는 고정 멤버가 여럿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완벽하게 모르는 사이다. 그저 매일 같은 시간, 버스를 탄다는 공통점만 존재하는데. 험난한 출근길을 나처럼 매일 하고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게 위로가 된다.


웃프지만 퇴근 시간에 사당역에 가면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다. 여러 대의 경기 광역 버스가 지나가는 사당역 인근은 버스를 기다리는 긴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이야. 사람 참 많다.”, “다 어디들 가는 거여?”라는 행인들의 반응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오늘은 눈앞에서 버스 1대를 보냈다. 놓친 건 아니다. 좌석 수 이상의 승객은 탈 수 없기에 내 앞사람과 나 그리고 내 뒤의 수많은 사람들은 버스를 보내야 했다. 서있는 것이 허리가 아파올 즈음에 다음 버스가 왔다. 버스 출입문 계단을 올라가 단말기에 카드를 댔다. “승차입니다.” 카드가 정상적으로 태그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다음 사람도 “승차입니다.” 그다음 사람도 “승차입니다.” “환승입니다”는 아무도 없었다.


보통 환승은 마지막 하차 태그를 한 순간부터 30분 이내에 승차 태그를 해야 가능하다. 꽉꽉 막힌 도로 상황과 버스 이용에 대한 초과 수요의 콜라보로 기다리는 새 승차를 하지 못할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딴 길로 샜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 우리 모두는 긴 행렬에서 버스에 탈 수 있는 인원에 들어가기 위해 성실하게 버스를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환승에 실패했다. 슬프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는 경기도민의 슬픈 사연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업 시간에 벌이 들어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