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셀러리

Oh my celery

by 새날

아는 선생님 집에 놀러 갔다가 건강한 음식으로 셀러리를 추천받았다. 한글 표기로는 샐러드와 이름이 비슷한 이 채소는 이름부터 건강한 느낌이 물씬 난다. 가격도 착한 셀러리를 지체 없이 구매했다. 파란 봉지에 담겨 온 셀러리는 밝고 선명한 초록색을 띄고 있었고, 길쭉하게 뻗은 모양새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줄기를 만져보니 배추 한 통만큼이나 단단함이 느껴졌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 겨울과 초봄에 채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채소 중 하나가 셀러리였다고 하는데, 눈으로 보면 셀러리는 그랬을 만 싶다.


셀러리



낯선 이 채소를 직접 재배한 농부님은 줄기는 스틱처럼 잘라 마요네즈에 찍어 먹고, 잎은 갈아 주스로 마시면 좋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 셀러리를 동생에게 손질하여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 없이 웬만하면 잘 먹는 동생인데 몇 번 먹더니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다고 했다. 표정이 잔뜩 찡그려지면서 향이 너무 심하다고. 그날 나는 밖에서 저녁을 먹고 온 터라, 셀러리를 입에 대지 않았고 그때까지도 셀러리 맛에 대한 나의 환상은 깨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날 밤 나는 엄마가 갈아 주신 셀러리 주스를 내일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한 잔 마시고, 산뜻하게 출근하겠노라고 다짐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출근 직전, 빈 통에 담긴 셀러리 주스를 컵에 가득 따랐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는데 그 맛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겨우 세 모금 마실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가 있는지.


퇴근 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셀러리를 요리해 보았다. 백종원 선생님의 추천대로 볶음 요리로도 만들어보고, 맛있는 겉절이 양념으로 무쳐 보기도 했다. 그렇게 하니 주스보단 훨씬 먹을만했지만, 여전히 먹기가 쉽진 않았다. 게다가 셀러리는 먹고 나서도 한참 동안 내 곁을 맴돈다. 셀러리를 만진 손에서 독특한 향이 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냄새도 셀러리가 이길 수 있다. 그 향에 압도되어 셀러리 향으로 핸드크림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셀러리 잎 무침 / 셀러리 줄기 볶음








1.5kg의 셀러리는 먹어도 먹어도 양이 좀체 줄지 않는다.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나도 그 신선함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게 이 채소 좀 무섭다. 사실 셀러리는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정말 몸에 좋은 채소라는 게 느껴진다. 수분과 비타민, 칼륨 성분과 섬유질,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데 그 효능은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눈 건강에 좋고 면역력 증진에 좋고, 혈압 조절에 좋고 염증도 다스리고. 이 한 가지 채소가 우리 가족이 가진 갖가지 건강 고민에 모두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채소는 먹기가 힘들어서 우리 가족 5명 중 2명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 먹성 좋은 2명은 힘들게 먹다 포기했으며, 1명만 끝까지 먹었다.


이색 식재료가 유행을 타고 여러 요리로 탄생하는 순간이 있다. 이 진입 장벽 높은 채소도 먹기 쉬운 맛으로 요리해 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우리 당분간은 헤어지고 그때 다시 보자 셀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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