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긴 휴식은 처음이라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by 새날

격리 해제 D-1. 코로나 확진으로 발령 이후 처음으로 병가를 사용했다. 이번 주 내내, 내 성격상 지도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예정이라 긴장하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안 본 눈 삽니다'가 실현되었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건강하고. 나는 잘 쉬었고. 방문을 열 준비를 마쳤다. 작은 빨래는 혼자 쓰는 화장실에서 매일 빨아 햇볕에 말렸고, 큰 빨래는 비닐봉지에 담아 꽁꽁 싸맸다. 쓰레기는 페트병, 종이, 비닐 등으로 분류해 담고 수차례 내부 소독을 마쳤다. 방바닥은 어제오늘 이틀에 걸쳐 닦았고, 표면이 노출된 물건들도 소독 티슈로 닦았다. 심지어 벽까지 닦았다. 그런데 시간이 안 간다. 격리가 해제돼도 3일간은 되도록 마스크를 쓰고 지낼 거지만 지금 내 작은 소망은 그저 거실로 통하는 방문을 조금만 열어 보고 싶다는 거다.


다행히도 코로나에 걸린 후 입맛이 없진 않았다. 격리 중 남동생이 사다 준 연어 덮밥은 맛있어서 또 시켜먹었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하루에 한 컵씩 먹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가장 입맛이 없다. 기다리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주 수업 준비도 마쳤다. 수업 진도야 늘 예상 밖으로 흘러가지만 잘하면 다음 주까지 거뜬할 듯하다. 내일 입고 갈 옷도 골랐다. 시간이 남아 가방 싸는 일은 남겨두었다. 이제 남은 건 저녁 먹기. 시간은 5시간 남았는데 할 일은 저녁 먹기 뿐이다.ㅠㅠ


어떤 일이 일어날 순간을 정확히 알고 싶단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그 일이 일어날 순간을 알면 불안감에서 해방되어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격리가 해제되는 순간이 몇 시 몇 분 몇 초인지 정확히 알면서도 지금 나는 안절부절못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 순간을 알아도 나는 똑같이 불안해할 거다. 코로나 덕분에 인생의 큰 욕심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4시간 50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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