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을 용기
최근 몇 달간, 쉴 새 없이 달렸다. 일, 운동, 공부, 글쓰기까지. 하루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자기계발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혹사시켰다. 누가 시킨 것도,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하루에 한 시간씩 두 가지 언어를 공부하고 세 시간씩 근력운동을 하고 역사와 심리학까지 파고들며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량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자주 아프다는 핑계로 결석하거나 조퇴하곤 했다. 수업 시간엔 집중하지 못하고 잠을 자거나 멍하니 백일몽을 꾸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일까 학생 시절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가끔 후회로 남는다.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해서도 원하는 학과를 놓쳐서도 아니다. 그저 피 터지게 노력해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지금의 내 삶도 녹록지는 않다. 본업은 따로 있고 낮과 밤이 뒤바뀐 채 캐나다에서 한국 회사를 위한 업무를 처리한다. 그저 운동을 하며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이제는 ‘쉬어도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결심했다. 딱 일주일만 공부도, 글쓰기조차도 놓고 온전히 쉬어보기로.
그러던 중 흥미로운 저널링 방식을 발견했다. 특정 유튜브 채널에서 발쵀한 내용을 요약한 글이었는데 쉬는 동안 도움이 될 듯 해서 곧장 시도해 보았다. 저널링 방식은 총 6가지로 간단하게 추린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일정 시간 떠오르는 모든 질문을 다 적기: 주제를 두면 좋음
2. 반복된 문제에서 만나는 내 자아와 대화하기: 화가난 혹은 패닉상태의 나에게 대화걸기, 절대 탓하지 않기
3. 어두운 감정을 필터링하지 않고 쏟아내기: 분별 금지, 사소한 것이라도 필터링 금지
4.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적기
*5. 내가 원하는 삶의 증거를 찾기: [내가 갖고 살아가고 싶은 믿음/ 내가 바라는 내 삶의 모습/ 내가 갖고 싶은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분명히 존재하지만 무시하며 살아온 증거를 찾기
a. 내가 이 세 가지를 향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뭐가 있을까?
b. 내 삶에서 내가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다는, 변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뭐가 있을까?
c. 내 삶에서 내가 이 세 가지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뭐가 있을까?
*세상에는 잘될 증거, 잘되지 않을 증거가 똑같이 존재함*
6. 내가 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조언할지 적어보기
출처: 마인드풀tv
나는 두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1번 저널링은 글을 쓰기 전, 머릿속을 비우고 주제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2번 방식은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평소처럼 그냥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난 나’, 혹은 ‘두려움을 느끼는 나’와 깊게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그 대화는 놀랍도록 흥미로웠고, 동시에 꽤나 아팠다. 내면을 탐색하는 데 있어, 그 어떤 방식보다 효과적이었다.(다른 저널링을 시도해볼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결국 나는 알게 됐다. 내가 쉬는 것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부담감에 눌려 있고 그걸 다 해내지 못할까봐 혹은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봐 끊임없이 불안하다. 그리고 그런 불안 속에서 나는 또다시 나 자신을 탓한다. 그렇다. 이런 상태에서는 행복한 사고를 가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멈추는 용기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