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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by 나린글
홍학의 자리.jpeg

별점: ★★★★★+★

밀리의 서재를 이용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 홍학의 자리. 반전 있는 전개를 즐기는 나는 책 표지의 문구를 보고 바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책 표지의 빨간 그림이 카펫이나 깔개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였다. 책을 펴자마자 저게 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직설적이고 의미 있는 표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감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반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그의 외모를 묘사한 내용까지 너무 완벽해서 속을 수밖에 없는 반전이다. 사실 뒷장을 제외하고 책을 평가하자면 꽤나 흔하면서 재미있는 범죄 추리 소설 같다. 하지만 주인공이 시신을 숨긴 방법이나 그 상황에서 빠져나가려 머리를 굴려가며 떠올려낸 아이디어 등은 꽤나 놀랍고 배울 점이 있었다.(과학적인 측면에서.)


보통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스토리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작가가 정말로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뭘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편이다. 지난번 리뷰를 작성했던 '수확자 시리즈'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영생에 대해, '돌이킬 수 있는'은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번 '홍학의 자리'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정해 연 작가는 우리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제멋대로 머릿속에서 형상을 가지고 떠올릴 뿐이다. 하지만 그가 의도한 바 그대로 우리가 생각하고 공상한다는 것이 바로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또한 나 자신을 소설 속에 대입 시켜봤을 때 과연 누구와 가장 가까운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도망칠 것인가, 맞닥뜨릴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파멸시킬 것인가?

다행히도 전체 이야기를 읽을 때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기분이 나빠지거나 하는 내용은 없었다. 초반에 굉장히 적나라한 묘사가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면 읽기 힘든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제일 앞 쪽 10페이지 정도는 감안하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초반 묘사 때문에 책 시작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여 덧붙이는 말이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나 같으면 그냥 바로 경찰을 불렀겠구먼... 하는 안타까움이 연달았다. 하지만 과연 내가 주인공 김준후와 같은 상황에 있어도 이렇게나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나 같아도 그 상황을 모면하려 최대한 애를 쓰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결국 가장 쉬운 해결책은 정직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당연히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소설이 반전 추리 소설이다 보니 내용을 최대한 이야기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내용이 조금 산으로 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여하튼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흡입력이 있고 문체가 매끄러워 가독성이 좋아, 그날 시작해서 당일에 끝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추리 소설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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