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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손.

등가교환이란 무엇인가.

by 나린글
원숭이의 손.jpeg

별점: ☆★★★★


원숭이의 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원숭이의 손에 대한 인용을 미국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에서 처음 듣게 되었다. 작중 프리즈모라는 캐릭터가 원숭이의 손을 인용하며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 프리즈모는 우주의 어떤 별에 살고 있는 신과 준하는 존재이다. 프리즈모는 방문자 한 명당 한 가지의 소원을 들어줘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데, 주인공인 제이크가 소원을 빌려는 찰나 원숭이의 손을 언급하며 소원을 얼마만큼 자세히 묘사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이 뭔지에 대해 전달한다.


"어깨 마사지를 받고 싶다"라는 소원을 말한다고 쳐보자. 누가 어깨 마사지를 해줄 것인가? 지금 가족들과 저녁밥을 먹고 있는 마사지사? 나의 여동생? 아니면 노숙자? 언제 받고 싶은가? 지금? 3년 뒤? 3000년 뒤?

완벽하게 묘사되지 않은 소원은 그저 모호한 문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 10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종교가 있었다.(현재는 불교인에 가까운 무신론자이다.) 그 종교에서 가르치기를 내가 원하는 것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여 매일매일 그에 대해 기도를 드리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종교와 무관하게 나는 이 가르침을 믿는다. 그것이 권력이던 돈이던 사랑이던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그를 갈구하면 그 목적이 언젠가는 나에게 오게 되어있다. 무의식의 힘은 그만큼 무섭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따라가게 된다.


여하튼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원숭이의 손은 모호한 소망의 문제점과 등가교환의 법칙, 그리고 인간의 욕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모든 절망은 주인공 가족의 소원 한 마디로 시작된 것이다. 그 한마디로 모두의 인생이 무너졌지만 그들은 고통을 잊은 채 또 다른 소원을 빈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아주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거저로 얻으려고 하거나 쉽게 얻으려고 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 모두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 다시 한번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 어떤 것도 거저는 아니었다. 모두 '공짜'라는 탈을 쓴 '가격표'였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뭔가를 구매하려는 당신에게 주는 1원짜리 만두, 특별한 날이라 제공하는 무료 배송, 생일을 축하하며 전달하는 15% 할인 쿠폰까지. 그 모두는 그저 더 많은 이득을 얻으려고 던지는 미끼일 뿐이다. 우리의 인생 그 자체가 등가교환인 것이다.(사실 '등가'교환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평범한 인생을 사는 우리는 손해를 더 크게 보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가족도 그렇다. 무언가를 쉽게 얻으려 하다 보니 그에 알맞은 혹은 그보다 더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정말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지만 슬프게도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다.

이 책이 주고 싶은 교훈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 그저 우리의 인생의 본성을 과장된 이야기로 상기시킨 것뿐이다. 일상에서의 참혹한 비극이 익숙함에 숨어있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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