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비추천하는 이유.
오늘의 독후감 제목은 "참 정직한 책 제목"이 될 것 같다.
별점: ☆☆★★★
내가 잘 사용 중인 e-book 도서관 어플에서 대출 상위권이라(이 책을 거의 1년 전에 읽었는데 아직도 상위권이다)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리뷰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 전공 때문에 20대 초 미술 전시를 참 많이 보러 다녔는데 그때의 감정이 많이 떠올랐다. 정신없는 현대미술, 숙연해지는 작품들, 그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들.
책을 읽기 전 표지에서부터 오는 첫인상은 이러했다. 과연 미술관에서 어떤 사건이 전개될까?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라면 지루할 것 같기도 한데...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이 정확히 어디더라?...
아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형을 잃은 한 남자. 그의 새로운 도전과 미술품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작가의 관점. 각 구역별로 자세히 묘사되는 다양한 고전 작품들. 그리고 그의 형에 대한 이야기가 상반되면서도 연결고리를 짓는 인상 깊은 전개였다. 특히 작품 묘사에서는 미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다.
작품이 묘사되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지금 MET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디테일한 설명, 간결한 배경 지식,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 오랜만에 전시를 보고 싶어진 순간들이었다. 원작을 실물로 보는 그 엄청난 감동이란...
그러나 전반적인 줄거리가 축축 처지는 느낌이 강했고 기승전결이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저 계속해서 지루한 선이 뻗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많은 인용구가 글의 가독성을 떨어뜨렸고 작품 및 작가가 설명되는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했다. 생각 없이 읽기에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책인 듯하다.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혹은 깊은 상식이 있어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형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부분을 읽고서는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잘할 수 있을 때 잘 하자라는 생각도.
누가 책 표지 제작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똑똑한 전략을 썼다. 책 전체에서 좋았던 문장이 딱 한 문장 있었는데 그게 바로 표지에 있는 문구이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 이 글을 보고 누가 기대를 하지 않겠는가? 내용은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떠오른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나의 미술관 경험은 8할 이상이 현대 미술 작품이었다.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요새 하는 전시가 대부분 다 그렇다.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질문들이 떠오르는데, 대부분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워낙 난해해야지 말이다. 6년 전 캐나다에서 고전 작품 전시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질문 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대한 답변이 떠올랐다. "아, 이 작가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라던지, "그는 이렇게나 슬펐구나."와 같은.
책을 사실 중간에 많이 넘겼다. 그래서 특별한 감상이라 할 것이 없다. 작가와 형에 대한 깊은 수록하는 대신 왜 미술관 배경의 이야기를 쓴 걸까? 작가는 미술관을 통해 형이 열어준 새로운 10년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이 위로라면 무엇에 대한 위로를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작가와 같은 상황에 있다면 어디에 숨고 싶을까?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장소는 어디인가?
결론적으로 이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미술학도라면 한 번 도전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