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완벽한 크리스천.
한국의 유교사상은 대단하다. 모든 종교를 자기 입맛대로 바꾸는 아주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의 원래 목적인 사랑은 어디 가고 서로가 서로를 판단하고 수군대는 데에 모든 힘을 쏟는다.
"쟤네 엄마가 이번에..."
"이번에 새로 온 신도 봤어요?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해가지곤..."
"보니까 살이 더 쪘더니만.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건지... 쯧쯧"
우리 엄마도 물론 그중 한 명이다. 뒤에서 신도들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집사님들 중 하나. 그중 내가 정말 싫어하는 집사님이 한 명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그를 박집사님이라고 부른다. 엄마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풍채가 큰 아주머니이시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모두가 그를 좋아하고 따른다. 원래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이끌리기 마련이다.
박집사님은 나에게 항상 시비를 걸곤 한다. 크고 퉁퉁한 얼굴에 파묻힌 조그만 입술로 툭툭 뱉는 징그러운 말투는 상대의 기분은 나락까지 끌어내린다. 엄마는 그를 찬양한다. 그 인간이 무슨 신이라도 된 듯이.
"이거 봐. 박집사님이 주신 거야. 너무 좋은 분 아니니?"
"박집사님이 이번 주에는 우리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셨어. 만나면 감사하다고 해."
"이번 주에 우리 박집사님 댁이랑 여기 놀러 갈 거야. 알고 있어."
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말하는 방법이나 먼저 배우라지. 엄마는 박집사님이 배려가 넘치고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자기 자신은 모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항상 교회에 봉사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그 인간이 나를 어떤 식으로 대하는 지는 알고 하는 이야기일까? 아마 우리 엄마는 나보다도 박집사님을 더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아니 그래서 걔는 너무 일을 할 줄을 몰라."
"그렇더구먼. 다들 일 돕는데 뒤에 앉아서 가만히 있던데?"
"어머, 그랬어? 가정교육을 못 받아도 너무 못 받았네."
"내 말이 그 말이야. 역시 일 잘하는 애들은..."
오늘도 우리 엄마의 차 안에서 박집사님과 엄마의 신도들 뒷담이 이어진다. 평가하는 건 항상 비슷하다. 얼마나 믿음이 좋은지, 얼마나 잘 봉사하고 일을 잘하는지. 보통 교회에 예배드리러 오는 게 아닌가? 일까지 열심히 도와야 인정받는 신도인 건가? 그 인정은 대체 누구로부터 받는 거지? 나는 그 순간 느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엄마 내가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어. 듣기 너무 불편해."
"응? 내가 뭘?"
"남들 험담 하는 거 듣기 싫다고."
"이게 무슨 험담야. 그냥 이야기하는 거지."
그렇다. 나는 오늘 험담은 나쁜 게 아니고 그냥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들이 언급한 제대로 된 가정교육에 이런 것도 들어가나? 그렇겠지. 들어가겠지. 그들은 완벽한 크리스천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