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들여다본 나_두 번째 이야기
인터넷 텍스트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강철 멘탈이 되는 법에 대한 숱한 글귀들이 있다. 현 상황을 직시하기,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기, 이 또한 지나간다 등등... 읽을 때는 왠지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조금 힘들어도 여러 번 되뇌다 보면 힘든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뜨거운 상황에 부딪혀버렸을 때, 매번 먼저 드는 생각은 ‘그냥 확 뒤집어버려?’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십 대와 이십 대는 정말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았지만 힘들 때는 글자 그대로 세상을 끝내고자 했다. 그래서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내 앞에서 하는 친구들을 여럿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날뛰던 감정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일종의 강박에 휩싸여 있었기에 생기는 불안과 화, 슬픔 들이었다.
그걸 깨닫게 된 것은 힘듦의 강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피폐해져 있던 삼십 대 어느 시기(쓰다 보니 인생에서 좋았던 시절이 얼마 없었던 거 같지만, 나름 평탄한 인생이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법륜 스님의 글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동요한 감정은 내 몫이란 것을 말이다.
그렇게 난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연습한 결과 가능해졌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듯하면, 미리 스스로에게 경고를 하거나 피하는 방식으로 멘탈을 강하게 하고자 했다.
그렇게 ‘강철 멘탈’을 가진 줄 알았다.
마흔이 되어, 이제 좀 멘탈이 강해졌다 생각해서 좀 더 넓은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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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깨달았다.
난 아직 유. 리. 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주변을 보아도, 이보다 더 힘든 상황들이 많다.
그런데 나는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견뎌야 하는 것일까? 굳이 유리 멘탈을 다시 달구고 두드려서 강철로 만들어야 할까?
이때 두 분의 말씀이 떠올랐다.
하나는 대학시절, 여러 일들이 겹쳐 힘들어하던 나에게 아버지가 해주신 말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라!’
여러 일들이 있다면,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하나씩 줄을 세워보라는 거다. 그리고 그중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만을 선택하고 나머지 것은 최대한 줄이는 거다. 그 과정에서 설사 비난을 받더라도 말이다.
사실 그땐 눈앞의 비난이 너무나 무서웠던 때였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일의 순서를 정하고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용기를 내서 정리를 하니 그 시기를 잘 지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법륜스님의 글 중 한 부분이다. 손에 쥐고 있는 쇠공이 뜨거워 우면 놓으면 그만이라는 거다. 내가 가진 강박 중 하나는 ‘무조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주어진 일은 다 완수를 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자!’였다. 내가 부서지든 말든 말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강박이고 아집이었다. 내 꿈을 위해서 혹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인내해야 한다. 하지만 인생사에 모든 것을 다 쥐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쩌다 실수로 쇠공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을 굳이 끝까지 쥐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그저 손을 열어서 공을 내려놓으면 그만 인 것이다.
관련한 내용은 발췌하였다.
빨갛게 달구어진 쇠공이 예뻐서 쥐었다가도
쇠공이 뜨거운 줄 알면 ‘앗 뜨거!’ 하면서
즉시 손을 떼야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뜨거운 쇠공을 갖고 싶은 마음과
그 쇠공이 뜨겁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쇠공에 대한 집착 때문에
뜨거운 쇠공을 다른 손으로 옮겨 잡아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한 손은 뜨거움에서 벗어나지만
다른 손이 또 뜨거워질 뿐이에요.
그렇게 옮겨가는 건
근본적으로 괴로움을 해결한 게 아니에요.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괴로움이 찾아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움은 점점 더 커져요.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욕망의 불덩어리를 내려놓아야 해요.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A가 아니라 B가 먼저다”라고 말해줄 수는 없다. 단지 그 순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나의 기준에서 옳은 방향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려놓은 거다. 그냥 공을 쥔 손가락만 열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또 착각하고 강철 멘탈인 줄 알고 손에 쥐었던 달아오른 쇠공을 오늘 손에서 내려놓았다. 언젠가 놓아야 되는 순간이 오면 주저하지 말고 손을 펼치자 다짐한 덕에 그래도 해내었다. 음, 그렇다면, 내려놓을 줄도 아는 만큼은 강해진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꼭 멘탈이 강철일 필요가 있을까. 강철도 뜨거워지면 괴롭고 망치에 맞으면 아프다. 유리일 지라도 강화유리 정도로 스스로 단련시키고,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하면서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차피 누군가가 나의 멘탈을 부서뜨리고자 한다면 그건 강철이든 유리이든 망가질 것은 뻔 하니,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하는 것이 최선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