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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o Aug 28. 2022

이번 여름에는 신나게 놀자!

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8

# 어느 날 아이가 혼자 놀다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왜 그래? 무슨 있어?"

"... 흑, 엄마, 내가 노는 이 순간에도 대치동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겠지? 난 공부를 잘할 수 없을 거야..."

"(응?) 무슨 말이야? 어디서 무슨 말 들었어?"

"... 흑, 유튜브에서..."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대치동 강사가 하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는데 대치동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을 거라는 거다. 그러면서 갑자기 운다.

나는 너무나 의아했다. 

첫째, 엄마도 아빠도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는 대학에 꼭 안 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하곤 했다.

둘째, 대치동 근처에 가본 적도 없고 아이의 친구 중에 대치동에 사는 사람도 없다. 내 친구 중엔 있지만 그 아이와 전화할 때마다 얼른 나오라는 말한다.

셋째, 그렇게 걱정되면 공부하면 될 것을 왜 놀면서 그런 걱정을 하는 거지? ^^;;;;

속으로 다소 어이도 없고 귀엽기도 했다. 그래도 갑자기 불안해할 수 있는 거니 달랬다. 그리고 대치동 강사들의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상업적인 목적이 있는 거니 거기에 휘둘릴 필요 없다고 설득하니 수긍하는 듯했다.



# 요즘, 아이가 학원 숙제를 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감사하게도 학원 선생님들이 아이가 잘 따라와 주니 더 숙제를 많이 내주셨기 때문이다. 상담 전화를 할 때 선생님들은 아이에 대한 칭찬을 해주시면서 조금만 더 하면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거 같다며 '욕심'을 내셨다. 거기에 대고 "선생님 전 괜찮으니 욕심부리지 마세요.."라 하기는 좀 그래서, 아이가 요즘 학교 대표 넷볼 팀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니 감안해달라는 이야기만을 했다. 사실 아이도 숙제가 많다고 칭얼대면서도 선생님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너무 안타까워 보였다. 아직 어리니 조금 더 놀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스케줄이 가득 차 있고, 코로나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끼리 신나게 놀러 다니게 할 수도 없다.



# 그래서, 여름이 될 무렵 나는 선언했다.

"이번 여름부터 우리 신나게 놀자!"


물론 모든 것을 째고! 놀자는 것은 아이고, 틈틈이 최선의 시간을 만들어 놀자는 거다. 아이와 나의 체력도 한계가 있으니 컨디션도 잘 맞춰서 말이다. 그렇게 우선 우리는 그간 못 가본 놀이공원을 섭렵했다.

첫 번째 코스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두 번째는 용인 에버랜드!

세 번째로 과천 서울랜드!

네 번째로 대전 오월드!


아이는 유튜브를 검색하며 각 놀이공원의 재미있는 어트렉션을 어떻게 줄 덜 서고 탈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았고, 나는 여러 스케줄을 맞춰가며 사람이 적은 날 놀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 그리고 교통편과 할인권 등을 찾았다. 그렇게 아빠랑 셋이서도 가고 사촌과도 가고 둘이서도 가면서 세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아직 못 가본 경주나 부산의 놀이공원도 언젠가 가보기로 했다. 



# 8월 말이 되면서 부쩍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그리고 올해는 아직 몇 달 남았다.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아이와 계획을 짜서 더 놀아야겠다. 언젠가 소위 대치동 아이들처럼 공부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은 더 아이가 놀았으면, 그리고 이 기억을 가지고 나중에 힘들 때 견뎌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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