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튜디오 포카 Feb 24. 2020

임산부의 겨울 패딩

2019. 12. 15(일)


유독 추위에 약한 나는 겨울 옷으로 늘 롱 패딩을 선호해왔다. 한파가 몰아닥쳐도 반려견 산책을 미룰 수는 없는 보호자인지라 반려견의 배변이 끝날 때까지 온 동네를 돌아다녀야 하기도 하고, 또 반려견 전용 운동장에 가면 포카가 지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기 때문에 바람도 막아줄 수 있는 롱 패딩이 겨울 옷으로는 제격이었다. 



패딩을 입을 때 자크 채우기가 번거로워서 똑딱이 단추만 채우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임신 이후로 체중도 늘고, 배가 제법 나오는 바람에 이제는 똑딱단추가 겨우 잠기는 부분이 생겼다. 두툼한 옷을 입은 날에는 단추를 다 잠글 수가 없어서 배 부분은 열어둔 채 입고 다니기도 했다. 또 똑딱단추를 겨우 잠그더라도 신발을 갈아 신을 때라던가, 잠시 쪼그려 앉을 때마다 똑딱이 단추가 투두둑! 하고 한 번에 벌어졌다. 라지 사이즈였던 패딩이 이제는 작아진 것이다! 



옷이 작아졌다는 나의 토로를 들은 토토는 오늘 새로운 패딩을 사러 가자고 했다. 얼마 전에 전시를 보러 오셨던 시어머님이 용돈을 주셨는데 그 돈으로 내 몸에 맞는 사이즈의 옷을 사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미리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브랜드의 옷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같은 가격대여도 남자 옷이 더 튼튼하고 따뜻해 보였다. 여자 옷은 충전재도 덜 들어가 보이고, 어쩐지 부실해 보이는 느낌이거나 허리라인이 유독 강조되어서 입기에도 활동하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나는 옷을 여러 겹 레이어드해 입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오버핏 사이즈의 패딩을 찾고 싶었다. 



백화점에 도착해 여러 매장을 둘러보다가 한 매장에서 내가 원하던 스타일의 옷을 발견했다. 눈에 띄어서 입어보았는데 원래 내 옷이었던 것처럼 편했다. 토토도 보았던 옷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편하고, 따뜻한지를 물어봐줬다. 응 따뜻해. 그리고 답답하지 않아. 이제는 배가 더 나오더라도 괜찮아! 우리의 대화를 곁에서 들은 매장 직원분이 내일부터 할인행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며 할인을 해주었다. 할인된 금액은 어머님이 주셨던 용돈과 액수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남은 겨울까지 추위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제 패딩 안에 입고 싶은 만큼, 마음껏 옷을 껴입을 수 있다. 겨울을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과 마음이, 두려움과 걱정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