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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Feb 29. 2020

꼬물이에서 꾸물이로

2019. 12. 26(목)



나는 같은 주수의 임산부들보다 태동을 1-2주 정도 늦게 느꼈다. 성격이 무던한 편이라 그런가 보다고, 원래 태동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태동을 자각하는 때의 차이가 있을 뿐, '태동을 견뎌야' 하는 시기는 모두에게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요즘엔 뱃속에서 태동이 점점 구체화되어 느껴진다. 이 구체적으로 느껴진다는 게 어떤 기분이냐면, 예전에는 꼬물대는 것 같던 느낌이 이내 꾸물꾸물한 느낌으로 바뀌더니, 어제부터는 정확하게 발로 찬다는 게 느껴진다. '발! 이건 분명히 마꼬의 발이다...', '으악 손! 방금 그건 손이었다!' 하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 느낌이 참 오묘하다. 태동이 귀엽다고 하는 임산부들도 있던데... 나도 마꼬의 꼬물이 시절에는 건강히 잘 지내는구나 싶어서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반갑고 기쁘다는 기분보다는 뱃속에서 쑥 자라난 생명이 내 장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상황에 슬쩍 겁이 남과 동시에 불편한 기분이 든다. 아이를 가짐과 동시에, 뱃속의 아이를 사랑스럽게 느낄 거라고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 토토도 나의 그런 면을 알기에 나의 '엄마 되기'에 있어서 사회에서 기대하는 기대감은 없는 것 같다. 마꼬의 움직임에 따라 "앗 방금 또 움직였어 기분이 이상해..."라고 말하면, 엄마가 될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는 둥, 애가 듣는다는 둥하는 훈수를 두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다행히 나의 파트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왜? 에어리언이 있는 것 같아?"하고 웃으며 물어봐주는 정도. 



오늘은 길을 걷는데 마꼬가 발로 차는 느낌이 꽤 강하게 들었다. 놀라서 순간 움찔하는 바람에 가던 걸음을 멈췄다. 부디... 적당히 해주기를! 출산 예정일까지 69일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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