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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Feb 29. 2020

뜨거운 새벽마다 찾아오는 고요한 현타

2019. 12. 27(금)

새벽 다섯 시. 평소라면 절대로 깨지 않았을 시간인데 요즘엔 제법 이 시간 즈음에 눈이 떠진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와서 어느 쪽으로도 눕지도 못하고, 한참을 괴로워했다. 어떤 자세를 취해봐도 뜨거운 위산이 역류하듯 계속 올라와 속이 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쿠션으로 등을 받치고, 앉은 채로 겨우 다시 잠들었다. 토토랑 포카는 아무것도 모르고 곁에서 곤히 잘 잔다. 오늘처럼 혼자 속이 아파서 괴로워하는 날에는 '임신이 이런 것이었다니...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건지!'하고 고요한 현실 자각의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출산 유경험자, 영유아 양육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애가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단다. 그들을 붙잡고 이렇게 묻고 싶다.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 같고, 잠을 푹 못 자서 몸이 힘들고요. 이렇게 괴로운 경험을 하는데도 뱃속에 있던 때가 편하다는 말이에요?"하고. 아니면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서 힘들었던 때를 다 잊어버리고, '지금이 가장 힘들 때다!'하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영유아 양육이란 대체 어떤 걸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어느 정도 강도의 경험일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 걱정되고 두렵다. 제발, 오늘 밤에는 편히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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