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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Feb 29. 2020

새벽을 맞이하는 마음

2019. 12. 30(월)

오늘도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깼다. 속이 타는 듯이 쓰라렸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 좀 더 이르면 3시 반쯤에도 눈이 떠지는데 그런 날에는 오전 9시 즈음부터 11시 사이에 졸음이 쏟아져서 오후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일찍 눈이 떠지는 이 루틴에 적응이 안되던 때는 잠을 푹 잘 수 없어서 한동안은 매일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억지로 잠을 청해 보아도 도통 다시 잠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이제는 잠자리에서 미련 없이 일어나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 어떤 날은 눈 뜨자마자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아 먹은 적도 있다. 아파서 혹은 몸이 불편해서 깬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작업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나아졌다. 새벽 시간이 이렇게 평화롭고 집중하기 좋은 때인지를 마꼬를 가지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오늘은 일어나 욕조에 물을 받고 반신욕을 했다. 요즘은 즐겨 듣는 팟캐스트를 아껴두었다가 반신욕을 할 때 듣곤 한다. 반신욕을 마친 뒤 간단히 욕실 청소도 했다. 곧이어 토토가 일어나서 출근할 준비를 했다. 동이 틀 무렵, 출근하는 토토에게 인사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폈는데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숨이 가빠져서 괴로웠다. 욕조안에 너무 오래 있었던 걸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누웠다. 

나는 이부자리에 누워서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밀린 일기를 써야 하는데, 그림도 그려야 하고... 체력이 버텨주질 않으니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매주 혹은 보름마다 컨디션이 계속 바뀌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 아픈 몸으로도 작업을 쉬지 않고 해 오신 작가분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리를 쭉 펴고 싶은데, 하필 포카가 다리에 턱을 괴는 바람에 다리를 뻗지도 못하고 참았다. 얘는 이렇게 꼭 붙어있는 게 좋을까... 망연자실하게 누워있는데 포카가 새근새근 숨을 쉰다. 포카를 따라 천천히 호흡을 하니 조금은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나의 경우는 몸 상태가 언제나 안 좋은 건 아니지만, 한 번에 체력이 2-3일간 훅 떨어졌다가 그 떨어진 체력에 1-2주 정도 적응을 하며 지내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의 이 해프닝이 또 기력이 떨어지는 신호는 아니길... 언제쯤 편안한 상태를 맞을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 정도까지 체력이 떨어지게 되는 걸까. 끝은 있는 걸까. 아이를 낳아야만 이 모든 게 나아지는 걸까. 누군가 속시원히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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