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01(수)
어제 토토와 세운 신년 계획 1번은 마꼬를 위한 책장 정리.
마꼬에게 언젠가 '딕 부르너'의 미피 그림책 세트를 사주고 싶은데, 책장에 여유공간이 없더라. 그래서 그동안 가지고만 있고 열어보지 않은 책, 앞으로도 보지 않을 책들을 덜어내 새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나는 방 정리를 하다가 추억에 빠져서 정리하는 시간이 배로 걸리는, 느림보 타입이다. 그래서 방 정리를 마무리하기까지 언제나 큰 어려움이 있었다. 친구들이 적어준 편지와 카드를 넣어둔 상자를 열었다가 넋 놓고 추억에 잠겨 한참 동안 읽기에 바빴고, 시간상의 이유로 방 정리는 늘 80%까지만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의 책꽂이에도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책들이 여러 권이 있다. 책 내지에 편지를 적어서 준 친구도 있고, 언젠가 책을 나눔 할 걸 예상해 쪽지에 편지를 적어서 준 친구도 있다. 심플 라이프를 로망 하는 나로서는 두 번째 방식으로 책을 선물해주는 친구들의 세심한 배려에 더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어쨌든, 오늘 안으로 모든 정리를 다 마쳐야 했다. 마꼬가 태어나면 당분간 육아로 짐 정리를 할 시간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눈으로는 빠르게 판단해서 덜어낼 책을 꺼냈고, 귀로는 임경선 작가님의 팟캐스트 '개인주의 인생 상담'을 정주행 해 들었다. 갑자기 책들을 꺼내 방바닥에 내어놓으니, 포카도 참견하고 싶었는지 옆에서 훼방을 놓기도 했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개라서 틀어놓은 전기난로에 붙어 쉬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도 정리하다 틈틈이 포카의 털이 타지는 않을지, 수시로 확인해줘야 했다.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줄였더니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거의 6시간 만의 일이었다. 확실히 여유 공간이 생기니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는 다른 짐들도 차차 줄여야 한다. 새 식구가 곧 올 예정이니까!
해질 무렵, 토토와 책을 나눠 들고 중고서점으로 갔다. 서점에서 책 25권을 팔았고, 52,800원을 벌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연남 살롱으로 가서 토스트랑 팥죽, 밀크캐러멜 빙수를 맛있게 사 먹었다.
아름답고 뿌듯했던, 새해의 첫날이었다.